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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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의 살의

미키 아키코 / 블루홀식스

 

소설은 1966년 7월, 니레 가문 저택에서 일어난 기괴한 사건으로 시작한다.

그 날은 니레 가문의 선대 당주인 '니레 이이치로'의 오칠일(죽은 지 35일째 되는 날 치르는 재) 행사로 가족들과 일부 사람들이 모여 법요식을 치른 날이었다.

행사가 모두 끝난 후 티타임을 가진 자리에서 (니레 이이치로의)큰딸 사와코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가 사망했고, 그 뒤 (니레 이이치로의)손자인 요시오가 독이 든 초콜릿을 먹고 사망한 채로 발견된다.

범인은 사와코의 남편이자 요시오의 의붓아버지인 '니레 하루시게'로 밝혀지고, 그는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 40여 년이 지난 2008년 '니레 하루시게'는 자신의 처제였던 '니레 도코'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렇게 하루시게와 도코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끝난 줄 알았던 1966년 니레 가문 살인사건의 충격적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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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한 줄, 단어 하나, 심지어 문체와 형식까지 모든 것이 트릭이다!!!

띠지의 문구를 읽고 책을 시작하기 전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문장 한 줄, 단어 하나까지 철저하게 읽어보겠어, 트릭에 넘어가지 않겠어, 라고 마음 속으로 결연하게 외치면서 말이다.

 

왜 형부가 처제에게 편지를 쓴 거지, 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하기라도 한 듯 하루시게는 첫 편지에서 자신과 도코의 관계를 밝히고 나선다.

그러면서 그는 도코에게 왜 자신이 일으키지도 않은 범행을 인정하고 재판을 받았는지에 대해 말하고, 수감중에도 끊임없이 사건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린 자신만의 추리를 펼쳐보이기 시작한다.

도코 역시 한때 추리소설을 좋아했던 사람답게 사건에 대한 자신만의 추리를 하루시게에게 들려주며, 하루시게의 추리에 대한 의견도 제시한다.

 

그런데,

이 편지글이 참 미묘하고 조금은 헛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제는 노인들이 된 이 분들이 편지 속에서 서로의 사랑에 대해 의심하는 말들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때 아닌 사랑싸움인가, 하면서도 이것이 어떤 트릭일 수도 있어, 라는 생각에 쉽게 웃을 수도 없었다. 하하하.

 

편지글이 이어질수록 과거 사건의 충격적 진실이 드러나고, 그 진실의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또다른 충격적 결말로 이야기는 이어진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죽고 또 누군가가 범인으로 밝혀진다고 이야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이 이어진다.

 

'기만', 남을 속여 넘기는 것.

누군가가 시작한 '기만'은 또 다른 누군가의 '기만의 살의'를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역시 추리소설에 '기만'당했다.

오늘도 속고 말았군. 하하하.

 

작가는 "본격 미스터리 외에는 쓸 생각이 없다"고 단호히 선언했다고 하는데, 이런 본격 미스터리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진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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