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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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 검은숲

 

살인의 동기는 이해가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죠.

어쩐지 그럴싸하다 싶은 건

그저 전례가 있기 때문이에요.

_ 252쪽

 

 

올해 <아니 땐 굴뚝은>이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아시자와 요', 그의 소설을 지금껏 2편을 읽었음에도 어느 새 그는 내게 작가의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처음 읽은 <아니 땐 굴뚝은>은 은근히 오싹하고 소름돋는 단편들의 합이 좋았고, 두 번째로 읽은 <죄의 여백>은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에 대한 복수에 대한 묵직한 여운이 좋았다.

 

이번에 읽은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역시 다섯 편의 단편 모두 묘한 찝찝함과 여운이 남아 기억에 남을 책이 되었다.

표제작이기도 한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살인죄를 저지르고 감옥에서 병사한 할머니의 유골을 절에 봉인하기 위해 히가키 마을로 향한 료이치가 연인 미즈에로 인해 18년 만에야 할머니의 진짜 속마음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목격자는 없었다'는 슈야가 업무상 실수를 만회하기 위한 계획을 수행하던 중 목격한 뺑소니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입을 다물기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고마워, 할머니'는 손녀를 유명한 연예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정작 손녀의 속마음만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할머니의 이야기이다.

'언니처럼'은 믿고 의지했던 언니가 저지른 범죄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격지심을 가지게 된 여성이 결국은 파국에 이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겼고,

'그림 속의 남자'는 유명 화가의 그림에 담긴 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상적인 이야기는 '언니처럼'이었다.

요근래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가 많기 때문이기도 했고, 소설 속 이런 이유로 무자비한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에 놀랐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뜻하지 않게 드러난 사람들의 작은 악의들이 모여 그녀를 그런 상태로까지 몰고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고마워, 할머니'도 조금 충격적이었는데, 마지막 드러난 '안'의 속내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사소하게 말해져서 더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소설 속 사람들의 악의는 교묘하게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그걸 악의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결국은 어떤 사소한 계기로 내면의 악의가 분출되고 누군가는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료이치는 미즈에가 아니었다면 할머니의 속내를 끝끝내 알지 못하고 할머니가 원치 않는 일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슈야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끝내 증언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가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안의 진짜 마음은 알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손녀를 이리저리 끌고 다녔던 할머니는 어쩌면 그녀가 주입한 사소한 말들 때문에 안의 마음 속 악의를 아무렇지 않게 키웠을 지도 모른다.

언니가 저지른 사건으로 사람들의 은근한 냉대와 무시를 받는 것으로 모자라 가족들마저 그녀를 믿지 못하고, 그녀의 괴로움과 피해망상은 점점 커져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솔직하게 나는 단편소설을 선호하는 편은 아닌데, 장편소설에 비해 전체적인 흐름이나 결말이 풍부하지 못하게 애매한 상황으로 끝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서였다.

그런데 아시자와 요의 단편들은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미스터리하고 묘하면서도 어딘가에는 있을 법한 이야기로 여겨져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의 소설들이 꽤 있다고 하는데, 어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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