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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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벨낀 이야기

알렉산드르 뿌쉬낀 / 열린책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유명한 구절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뿌쉬낀', 러시아에서 뿌쉬낀에 대한 사람들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다고 들었는데 나는 그저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기회로 위대한 시인 뿌쉬낀의 소설을 읽게 되어 조금은 기쁘다.

 

제목인 <벨낀 이야기>를 봤을 때는, 벨낀이라는 사람에 대한 어떤 이야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벨낀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잠시 언급은 되지만, 이 소설은 '벨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벨낀이 쓴' 다섯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퇴역군인인 실비오에 대한 이야기인 <마지막 한 발>, 귀족 아가씨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눈보라>, 장의사가 겪은(혹은 꿈꾼) 신기한 일에 대한 이야기인 <장의사>, 역참지기와 그 딸에 대한 이야기인 <역참지기>,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집안의 아들과 딸이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인 <귀족 아가씨 - 시골 처녀> 등 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짧은 단편들이지만, 이야기들이 모두 재미있었다.

특히 제일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귀족 아가씨 - 시골 처녀>였다.

단순히 사이가 좋지 않은 두 집안의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라고 적었지만, 사실 '알렉사이'라는 청년이 궁금해진 '리자'는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고 농부의 딸 아꿀리나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알렉사이는 보통의 다른 아가씨와는 다른 아꿀리나의 매력에 푹 빠져 사랑하게 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는 그의 아버지는 리자와의 결혼을 종용한다.

아, 이런 리자가 아꿀리나인데... 허허허. 이들이 사랑의 행방은?

 

각 단편은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묘한 여운이 남았다.

원수에게 쏠 마지막 한 발을 간직하고 있던 실비오, 부모가 반대하는 사랑을 꿈꾸고 도망갈 결심을 하지만 실행하지 않은 듯 했던 마리야와 새로운 남자의 인연, 사람들이 장의사인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며 망자들을 파티에 초대하겠다고 큰소리 치는 아드리안, 역참에 들린 경기병을 따라가버린 딸을 그리워하는 역참지기, 농부의 딸로 변장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등 이야기 자체도 재미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야기들이 어느정도 헤피엔딩으로 끝났다는 점들이 좋았다.

센 소설들을 많이 봐서인가, 분명히 저 단편들 속 인물들은 불행한 결과에 이를 가능성을 많이 품고 있었다.

그러나 작가는 이 사람들을 마지막에 따뜻한 양지로 이끌었다.

등장인물의 직업군이 다양하다는 것도 좋았다.

 

이 소설에 대한 동시대 평론가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낭만도 좋지 않은가 싶다. 흔히 낭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뻔한 로맨스보다는 더 입체적이고 흥미로우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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