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모형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9
모리 히로시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수기 모형 (S&M 시리즈 제9탄)

모리 히로시 / 한스미디어

 

같은 날 두 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한 건은 M공업대학 실험실에서 대학원생 가미쿠라 유코가 목이 졸려 살해된 사건이었고, 다른 한 건은 모형작품 교환회 행사가 열린 공회당의 대기실에서 쓰쓰미 아스카가 살해된 사건이었다.

특히, 쓰쓰미 아스카의 머리는 절단되어 있었고 주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두 사건 모두와 관련이 된 자는 M공업대학 대학원생이자 행사에 스태프로 참여한 데라바야시 고지였다.

데라바야시는 아스카의 사체가 있었던 대기실에서 누군가에게 공격받아 기절한 채로 발견되었다.

M공업대학 실험실과 공회당 대기실의 열쇠 모두 데라바야시가 가지고 있던 것으로 여겨지고, 그 열쇠가 없다면 두 장소 모두 밀실이 되어 버리는 상황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처음부터 데라뱌아시는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느닷없이 닥친 이 최대의 위기에서 데라바야시는 벗어날 수 있을까? 진짜 그가 범인인 걸까?

상황이 이러니... 그를 의심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죠.

근데 만약에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 정황이 여럿 생깁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건 분명하죠.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데라바야시가 범행을 저질렀다면 상황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워집니다.

저희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p.199) 

 

사건이 발생한 토요일, 우연히도 공회당에서 열린 모형작품 교환회 행사에 소설 속 인물들이 조금씩 연관되어 있었다.

사이카와와 기타의 중고등학교 동창인 '다이고보'가 그 행사에 참가하고 있었고, 사이카와의 동생 기도 세스코는 다이고보를 취재하러 그 곳에 온다.

더군다나 다이고보는 모에의 외사촌(이런저런 사정으로 혈연으로 이어지지는 않은)이었다.

 

공회당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된 시각에 모에는 다이고보의 부탁으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공회당에 와 있었고, 모에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 사이카와 역시 공회당에 왔다.

 

피해자의 머리가 없어진 기괴한 엽기살인사건이라니, 안 그래도 밀실살인사건을 좋아하는 모에에게 이 사건은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모에는 데라바야시의 병원에 갔다가 공회당 사건의 피해자인 쓰쓰미 아스카의 오빠인 쓰쓰미 기요토를 만나게 되고 그의 집으로 갔다가 기요토의 기묘한 예술세계를 보게 된다.

 

모에는 '데라바야시'라는 공통점 외에도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기 시작하고, 나름의 추리를 해 나간다.

 

 

 

아니, 출구 같은 건 딱 하나 있어.

그런데 그 방향이 좀 마음에 안 들어.

사실 그게 마음에 걸려서 이토록 골똘히 생각한 거지.

우리는 아직 일부밖에 보지 않았다.

일부밖에 보지 않았으니 의미는 알 수 없어. 그렇지 않나?

즉 어쩌면 범인의 목적은 아직 달성되지 않은 게 아닐까...

(p.311쪽)

 

 

나름 평범하지 않은 예술세계를 추구하는 인물들이 많이 등장해서일까, 아니면 그 엽기적인 살인 때문인 걸까.

도무지 사건의 단서는 보이지 않는다.

 

쓰쓰미 기요토는 범인을 아는 듯한 늬앙스의 수수께끼같은 편지를 모에에게 남기지만, 그에게서 진실을 듣기 전에 그에게 사고가 생기고 만다.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인지 모에는 이번에도 약간은 무모하게 덤벼든다.

물론 똑똑한 친구이니 나름의 추리를 펼치며 사건의 진상에 접근해간 측면도 분명 있지만, 그녀는 너무 적극적이고, 너무 무대포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어느 순간 자신의 논리가 맞다고 판단이 되면 앞뒤 재지 않고, 위험에 대한 자각도 없이 덤벼든다.

그런 모에에게 사이카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번 사건에서 모에는 이상과 정상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추리소설에서 이런 철학적 사고를 하게 되다니... 거기다 이 소설은 이공계 미스터리를 표방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철학적 고민까지도 사이카와는 이공계스럽게 접근해서 풀어낸다.

"자신과 타인이 같지 않다는 건 행복한 일 아닌가? 사람은 제각각 다르기에 그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고 그 마찰 덕분에 미끄러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마찰이 없었다면 꽈당 넘어질 테니 말이야.(p.306)"

 

범인의 정체에 조금 놀랐고, 특히나 범인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는 더 놀랐다.

아무래도 보통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도저히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을 범인은 했다.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이런 범인에게는 일말의 공감도 느끼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등장한 '남들과 조금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당당하게 내세울 수 없는 취미란 사실은 없는 건데, 사회에서 정의하고 규정한 관습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어떤 이들은 숨죽이며 몰래 자신의 행복을 찾기도 한다.

 

자, 이제 사이카와와 모에가 풀어낼 마지막 사건이 남았다.

어떤 엄청나고 강력한 한 방으로 S&M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까.

 

 

*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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