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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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두 세계 사이에 서 있어서, 어느 세계에도 안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살아가는 게 좀 힘이 듭니다.

당신 같은 예술가는 나를 시민이라고 부르고, 시민들은 나를 체포하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내 마음에 쓰라린 상처를 안겨 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시민들은 어리석습니다.

하지만 나에게 진한 감동이 없고 그리움이 없다고 말하는, 미를 숭배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은 예술가 기질이 있따는 것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운명적으로 예술가 기질이 깊이 뿌리박혀 있기 때문에 평범한 것이 주는 환희에 대한 동경을 그 어떤 동경보다도 더 감미롭고도 더 민감하게 여깁니다.

 

_ 125쪽

 


 

고전문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는 '토마스 만'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지만, 부끄럽게도 <토니오 크뢰거>라는 작품에 대하여는 처음 알게 되었다.

토마스 만이 25세에 집필한 이 소설은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것 중의 하나라고 한다.

25세에 이런 소설을...? 우선 놀랍다는 말부터 슬며시 꺼내본다.

소설은 '토니오 크뢰거'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남국의 이국적 외모를 지닌 열네 살의 토니오는 연한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지닌 잘생긴 소년 한스 한젠을 사랑한다.

열여섯 살의 토니오는 풍요롭고 생기 넘치는 금발머리 잉에보르크 홀름을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그와 그들이 속한 세계가 다르기에 그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그는 고향 도시를 떠났고, 그는 까다롭고 날카로운 예술적 재능으로 작가가 된다.

 

그는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고향을 떠난 뒤 처음으로 그가 살았던 고향에 들린다.

그리고 자신이 살던 집이 공공도서관이 된 것을 알게 된다.

그 곳을 떠나 덴마크의 어느 호텔에서 묵던 중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한스와 잉에를 우연히 보게 된다.

 

'토니오'라는 남쪽 나라의 라틴적 이름과, '크뢰거'라는 북독일적 이름을 가진 토니오 크뢰거는 예술가, 혹은 시민 어느 쪽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고통 속에서 번민한다.

그가 리자베타에게 말한 그만의 예술론은 너무 길고 어려웠지만, 그만큼 그가 예술이라는 것과 예술가라는 것에 대해 얼마만큼 고민하고 있는지는 잘 보여주었다.

 

솔직히 어떤 말로 정리해야할지 어렵다.

나는 그저 일반 '시민'이라서인지, 그의 예술적 기질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고 어렵기만 하다.

다만, 토니오가 오래 고민하던 그 문제를 여행지의 호텔에서 우연히 보게 된 한때 사랑했던 그들의 모습이 어떤 결정적 해답을 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적인 것, 생동하는 것, 평범한 것에 대한 나의 이 시민적인 사랑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예술가 혹은 시민 어느 쪽에도 여전히 속하지 않고 그 경계에 서 있지만, 그러한 것들이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한다.

한 줄 정리? 역시 위대한 작가란 늘 고민하고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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