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어가고 있어.
이 비참한 상태에서 분명 죽게 되겠지.
그렇게, 다름 아닌 바로 그렇게 죽을 거야.
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두려워.
그 일들 자체가 아니라 그 결과가 두려워.
가장 사소한 일조차 그것이 견딜 수 없는 마음의 동요에 미칠지 모를 영향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쳐.
사실 위험 따윈 두렵지 않아. 위험에 따르는 공포가 두려울 뿐이지.
이렇게 무기력한, 이 비참한 상태에서 소름 끼치는 유령과 같은 공포와 맞서 싸우다가 목숨과 이성을 함께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조만간 닥쳐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 _ 18쪽
친구인 로더릭 어셔가 보낸 절박한 편지를 받고 그의 저택에 온 화자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어셔가의 붕괴>는 음울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깔려 있다.
거대하고 황폐하고 음산한 저택, 정신적 질환을 앓고 있는 남자 등이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고딕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데,
어느 폭풍우 치는 밤에 남자의 죽은 동생이 문 앞에 나타나 더욱 공포스러운 느낌을 준다.
<붉은 죽음이 가면극>도 기괴하고 공포스럽다.
걸리는 순간 30분 안에 피를 토하며 죽는 역병 '붉은 죽음'을 피해 프로스페로 공은 지인들을 수도원으로 대피시키고 그 안에서 지낸다.
외부의 사람들이 붉은 죽음으로 죽어나가든 말든, 수도원 안에서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성대한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초대받지 않은 '붉은 죽음'의 형상을 한 누군가가 나타난다.
가면극이 열리는 곳의 인테리어, 가면무도회에 참석한 이들의 기괴한 모습 등이 무언가 오싹하고 섬뜩하다.
유명한 <검은 고양이>는 지금 다시 떠올려도 오싹하다.
동물을 사랑해서 많은 반려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는 화자는, 어느 순간 점점 기질과 성격이 나쁘게 변한다.
아내뿐 아니라 동물에 대한 감정마저도 변덕스럽고 조급해져 급기야는 폭력까지 휘두른다.
아꼈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한쪽 눈을 도려내고 죽이기까지 한 화자는, 집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려 볼 공포스러운 광경을 목격하지만 그래도 그 기질은 변하지 않았다.
다시 아쉬운 마음에 검은 고양이를 찾는 그에게, 어느날 플루토와 비슷하게 생긴 고양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의 기질은 다시 한번 흉악한 일을 저지르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