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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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움 견문록

마스다 미리 / 알에이치코리아

 

책을 통해 접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는 참 예쁜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 같다.

이전의 책들을 보면서도 느꼈지만,이번 <귀여움 견문록>을 읽은 후엔 거의 90% 이상의 확신이 든다.

 

그녀가 귀엽다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들을 보다 보면,

'아, 이런 작고 사소한 것에도 언제나 마음을 쓰고 들여다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새삼 일상의 작고 사소한 부분에서 즐거움과 기쁨과 행복과 귀여움을 발견해내는 작가가 너무 멋있고, 부럽기도 했다.

 

노란 고무줄이 그랬고, 샤프심이 그랬다.

보풀은 또 어떠한가.

너무 흔해서 그냥 늘 집에 있겠거니 생각하는 노란 고무줄,

희한하게 또 필요해서 찾으면 잘 안 보인다

그러다가도 문득 눈길 닿는 어느 곳에 노란 고무줄은 원래 계속 여기 있었다는 듯 자신의 작디 작은 존재를 잠시 드러낸다.

귀엽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었는데, 책을 읽고나니 괜히 노란 고무줄을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힘 한번 잘못 쓰고, 행여나 잘못 잡으면 툭 하고 부러져 버리는 약하디 약한 샤프심.

샤프심을 뒤로 넣을 땐 괜찮은데, 가끔 앞 펜슬 부분으로 넣을 때는 온 신경을 집중하고 집중하게 된다.

까딱 힘조절을 잘못 했다가는 툭 너무 쉽게 부러져 버리니 말이다.

샤프심 역시 귀엽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그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귀엽다.

샤프심 통을 흔들면 차르르 흔들리는 그 소리도 귀엽다.

 

보풀마저 새삼 다르게 보인다.

평소에는 소중한 옷에 보풀이 생기면 속상하고 마음이 괜히 울적했는데, 이제 그 작고 보드라운 보풀이 "나, 귀엽죠?"라며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

작가가 찾아낸 일상 속 귀여움들은 많은 부분 공감되었고, 새로운 시선으로 그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이렇게 일상에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면, 아마 화나는 일들이 생겨도 사르르 녹아 없어질 것 같다.

 

아, 물론 작가가 풀어내는 귀여운 것들의 어원이나 모습들은 일본문화 중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 어원이나 일본어 발음, 출처, 모습 등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은 조금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다.

'별사탕' 부분을 읽을 때는, 나 같은 경우에는 "별사탕이면, 건빵이지!"라고 딱 떠올랐지만 그 부분은 일본에서는 관련없는 부분이라 발음과 관련한 설명들만 이어졌다.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 패스~!!!

그래도 별사탕을 넣은 베개를 베고 자면 귀여운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거나, 하늘에서 별사탕이 내려온다면 귀여울 것 같다는 작가의 예쁜 상상력이 너무 귀여워서 덩달아 나도 웃음이 났다.

 

또 귀여운 것 발견!

사실 보온병 자체는 나에게 굳이 귀엽다는 생각을 들게 하진 않는데(예쁜 보온병이 있다면 그건 귀엽겠지만~), 보온병의 일본어 버젼이 귀여웠다.

일본어로 보온병이 '마호병', 즉 마법병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어느 도쿄대학 교수가 뜨거운 액체가 나오는 걸 보고 "마법(마호)같군."이라고 말했다나.

정말 귀여운 이름을 붙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 후기를 읽으니, 일본인들이 수시로 하는 말이 "가와이~~(귀여워)"라고 한다.

역자에 의하면, 일본인들에게 '가와이'는 빨간약처럼 아무 데나 갖다 붙여도 되는 만병통치약 같은 칭찬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면, 일본 드라마나 영화에서 얼굴과 몸 전체로 "가와이~!!"를 외치는 사람들을 많이 본 듯도 하다.

그래도 또 다시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대방을 배려해서 사소한 상황에서도 "가와이"를 외치는 그들이 살짝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 그러고보니 나도 아기들을 보면서 귀엽다는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예쁘다고 말하기 약간 애매한데 귀엽기는 엄청 귀여운 상황에서 말이다.

 

여기서 문제! 우리 아가는 예쁠까요, 귀여울까요?ㅋㅋㅋ

 

마스다 미리와 함께 주위의 귀여운 것들을 둘러봤더니, 너무 즐겁다.

그리고 이렇게 즐거워하는 내 모습이 귀엽다.

일상에서 무엇이든 허투루 가볍게 지나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이렇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마음을 내어주면, 주변의 작고 귀여운 것들이 모두 내게 조잘거리며 한껏 더 자신들의 귀여움을 뽐낼 것만 같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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