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전작인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와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를 통해 음식과 요리를 중요한 소재로 사용하였는데, 이번 소설 역시 요리와 음식이 너무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제목인 <버터>는 너무도 소설 속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어 책을 다 읽은 후에는 이 책의 제목을 다른 걸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요리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리카는 가지이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가 요구하는 음식들을 먹고 요리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녀 스스로 음식 본연의 진정한 맛을 알게 되고 점점 요리하기를 즐기게 된다.
미스터리 장르의 소설임에도, 음식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맛깔나고 감각적이었다.
읽으면서 리카가 먹은 요리며 방문한 식당들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특히, 리카가 처음 가지이의 요청으로 만들어 먹게 되는 '버터간장밥'은 인상적이었다.
사실 엄청나게 간단한 음식임에도 리카는 그 버터간장밥을 시작으로 버터와 요리와 가지이에게 점점 빠져들게 되었으니 말이다.
음식에 진심인 가지이는 버터 대신에 마가린을 쓴다는 이야기를 하며 몹시 화를 내기도 하는데, 나 역시도 얼마전까지는 그렇게 밥을 먹었던지라 약간 뜨끔했다.
음, 좋은 버터를 쓰면 버터간장밥으로도 엄청나게 환상적인 맛이 된다는 말이지...
처음 가지이가 리카에게 꼭 먹어보라고 했던 '버터간장밥'은 남편이 자주 해 먹는 음식인데, 버터의 종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가린을 얹어 먹었다는...
버터와 마가린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그 차이가 뭐 별거겠어, 라는 생각을 나 역시도 했다.
가지이가 알면 아주 경멸에 찬 눈초리를 보내겠구만...
소설을 읽으면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비슷한 듯 하면서도 다르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과도하게 날씬한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긴 하지만, 소설에서 보여지는 일본 사회의 모습까지는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리카가 취재하던 사건 중에 어울리던 무리들에게 맞아 죽은 중학생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론은 소년이 먹을거리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그 불량한 무리와 어울리게 되었다는 걸 전하면서 그 책임을 일하는 엄마에게로 돌린다.
아니, 말이야 방구야...
어째서 자식을 위해 일하는 엄마가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 거지...
일본 사회가 더 보수적이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