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동물 농장

조지 오웰 /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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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을 아예 멀리 떨어뜨려 놓았던 나였기에,

그 유명하고 유명한 <동물 농장>을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런데 왠걸, 어렵거나 읽기 쉽지 않으리라 걱정했던 것과는 반대로 너무 잘 읽혔다.

새벽에 읽다가 잠자러 들어가기가 아쉬울 정도였다. 하하하.

 

소설은 이상 사회를 건설한 동물들이 결국은 변질되는 모습을 통해 구소련의 역사를 재현하며 스탈린 독재 체제를 비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런 구소련의 역사를 모르더라도 소설 자체로 이미 너무나 매력적이고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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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우리의 노동으로 생산한 거의 모든 것들을 인간들이 다 빼앗아 가기 때문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불행이 인간의 폭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닙니까?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

_ 21, 23쪽

 

매너 농장의 동물들은 반란을 일으켜 주인인 존스 씨를 몰아내고 동물 공동체를 만든다.

그들은 타의가 아닌 스스로 자신들의 능력에 따라 일을 했고, 농장의 수확량은 늘었다.

어떤 동물들도 곡식을 훔치거나 싸우지 않았고 불평하지도 않았다.

 

처음 공동체 건설에 기여를 한 것은 돼지였다.

동물들 중에 가장 똑똑했던 돼지들이 다른 동물들을 이끌고 교육했다.

그들은 공동체 7계명도 만들었는데, 이것은 앞으로 동물들이 지켜나가야 할 불변의 규율이었다.

 

그런데 점점 모든 것들이 변해간다.

글자를 읽을 수 있고 똑똑한 돼지들이 조금씩 자신들의 이익을 늘려 나갔던 것이다.

그러나 지식이 부족하고 우둔했던 다른 동물들은 돼지들의 아전인수격 말을 듣고도 별다른 불평을 하지 않는다.

 

돼지를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다시 일이 많아졌고, 배급량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인간 존스가 돌아오는 것은 원치 않았기에, 지금이 예전보다는 훨씬 좋다라고 납득하며 계속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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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소련의 역사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내용을 온전히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에는 '평등'을 지향하며 시작된 동물 공동체였지만, '똑똑한 동물'와 '덜 똑똑한 동물'는 나뉘게 되고 똑똑한 자는 많은 욕심을 부리게 된다.

 

권력이라는 것이 가질수록 더 원하게 되고 더 누리고 싶어지는 것인가 보다.

돼지들은 7계명을 교묘하게 조금씩 바꾸면서 자신의 이익을 점점 늘려가고, 갸우뚱하는 동물들에게는 거짓말로 기억을 날조하고, 반발하는 동물들에게는 스파이 혐의 등을 씌워 죽인다.

사실 7계명에는 '다른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라고 명백히 적혀 있었고, 그 사실들을 기억한느 동물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확신하지 못한다.

 

돼지들은 점점 살찌고, 다른 동물들은 점점 말라가고, 어느 순간부터는 존스 씨가 있을 때보다 동물들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안타까운 캐릭터는 너무도 우직했던 말 복서였다.

복서는 돼지들의 말을 믿으며 남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일했다.

그러나 너무도 무리를 한 결과 늙고 병들었을 때 지독한 일을 당한다.

복서는 마지막까지 돼지들을 믿었다가 죽기 직전에서야 자신이 처한 진실을 알게 되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상황을 믿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처음 동물 농장의 수퇘지 메이저 영감이 꿈꿨던 세상은 결국 오지 않았다.

모든 동물들이 잘 사는 세상을 꿈꿨지만, 그것은 추악하게 변질되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처음의 뜻을 잃어버리고 군림하려 하고,

그 권력자들의 밑에서 일반 대중을 선동하며 눈과 귀를 흐리는 자들도 있다.

그리고 우매한 자들은 그 선동에 혹해서 진정으로 자신들이 원하고 꿈꿨던 이상을 잃어버렸다.

간혹 이 체제에 반발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들은 어떤 이유로든 모함을 받고 처형당한다.

 

이 소설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여전히 이 세상에 소설 속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 참 살기 좋아졌다지만, 우매한 대중들을 선동하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 겉으로는 적이라고 규정하면서 뒤로는 함께 손을 맞잡고 자신들의 이익을 계산하고 있는 자들 역시 있을 테니 말이다.

 

이제라도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이다.

조만간 <1984>도 한번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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