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와이프
JP 덜레이니 지음, 강경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항상 유일했어, 애비.

대체불가능한 존재. 완벽한 아내. 내 평생의 사랑.

 

_ 35쪽

 

행복했던 시절의 꿈을 꾸다가 깨어난 애비, 그녀는 남편 팀을 발견하고 안도감을 느낀다.

그런 그녀에게 팀은 놀랄만한 이야기를 한다.

그녀가 꾼 건 꿈이 아니라, 업로드였다고...

그녀는 코봇(cobot), 즉 동반자 로봇이라고 말이다.

 

팀은 애비가 5년 전에 죽었고, 슬픔을 견디기 어려웠던 그가 설계했다고 말한다.

애비는 많은 것을 아직 기억하지 못했지만 팀은 천천히 기억의 빈틈이 메워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나 애비는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망 사건에 대해 검색해 보려고 하다가 검색이 차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또 선반의 책들을 둘러보다 '집착적 사랑'에 대한 책이 페이퍼백에 숨겨져 있는 걸 발견한다.

거기다 휴대폰에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오고, 숨겨진 아이패드를 찾게 된다.

애비는 그렇게 의문을 품게 되고, 자신에게 죽기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기 위해 진실을 알아내려고 한다.

 

-

너무나 사랑해서 죽은 아내를 기계로 만들어 낸다고?

신박하면서도 가까운 미래에는 있을지도 모를 일이라 조금 두려워지기도 한다.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이 그런 능력을 가진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 조금 이상하다.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동원해 죽은 아내를 기계와 AI로 만들어냈는데, 행동하는 걸 보면 진짜 사랑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입으로는 그녀를 위한다 어쩐다 하는데, 좀 더 읽어보니 언행불일치에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또 사랑한다면서 그녀를 이용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기계의 몸을 가진 AI라도 그녀는 사람처럼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데, 그런 그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어 보인다.

 

이 남자가 코봇 애비를 만들어낸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점점 의문이 든다.

 

-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혁신적인 스타트업 창립자인 팀 스콧과 재능 있고 아름다운 예술가 애비게일.

팀은 애비게일에게 결혼 선물로 한적한 바닷가 근처의 근사한 별장을 마련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했다.

 

너무나도 완벽해 보이는 삶, 그리고 완벽한 사랑을 하는 듯한 그들의 속사정은 어떠했을까?

 

-

소설은 현재 코봇 애비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팀과 애비의 과거 모습들이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완벽하고 진정한 사랑으로 보였던 그들의 과거와 현재의 애비가 조금씩 발견하는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 교차되어 더욱 긴장과 흥미를 유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점.

코봇 애비를 '당신'이라고 지칭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애비의 모든 것을 지켜보는 듯한 그 시선이 도대체 누구의 시선인지, 어떤 의미일지 궁금했었다.

시점의 정체가 밝혀진 순간, 당혹감과 배신감과 패배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현재의 코봇 애비가 너무 안타까웠다.

인간이 아닌 로봇인데, 그녀에게 어째서 이토록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걸까?

그녀의 감정과 생각, 행동들을 보면 그녀가 오히려 그녀 주변의 특정 인물들보다 더 사람같았다.

코봇 애비가 팀보다 훨씬 더 인간미 넘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한지...

 

또 소설 속에는 작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자페아동의 교육에 관한 부분들도 많이 나온다.

팀과 애비의 아들인 대니가 자폐성향을 가진 인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대니의 교육 방법에 대해서도 팀과 애비의 의견이 달랐는데,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팀이 확고히 주장하는 그 교육방식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서 놀랐다.

 

스릴러 소설임에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SF적 요소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인상적으로 기억될 듯 하다.

 

먼 미래(아니, 어쩌면 가까운 미래일지도...)에 나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고, 그 로봇은 나처럼 생각하고 나처럼 행동한다.

인간인 나는 이미 세상에 없고, 나의 기억을 가지고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로봇만이 있다.

그 로봇은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니라면, 그 로봇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무언가 마음 속에 쓸쓸함과 답답함이 가득 차는 느낌이다.

 

 

 

나는 뭐지?

복제품. 도플갱어. 이름 없는 무엇.

 

_501쪽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