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비극 -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소설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 28)

유괴범에 대한 분노가 새삼 내 안에서 솟구쳤다.

방금 전 다케우치의 말을 곱씹어봤다.

이 사건의 주역은 나다.

그러니 그 역에 걸맞게 증오해마지않는 범인을 내 손으로 찾아 법의 심판대로 끌고 가고 말겠다.

그가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

기필코 그러고 말겠다고 나는 아무 말도 터져나오지 않는 도미사와 고이치의 등에 대고 맹세했다.

 

-

초등학교 1학년인 도미사와 시게루가 유괴되었고, 살해당했다.

그런데 원래 유괴범이 노렸던 아이는 야마쿠라 시로의 아들 다카시였고, 유괴범은 시게루를 오인하여 유괴했던 것이었다.

 

유괴 당일, 야마쿠라 시로의 집으로 유괴범의 몸값 요구 전화가 걸려왔고, 야마쿠라 시로는 몸값을 전달하기 위해 범인의 요구대로 이동하다 돌계단에서 미끄러져 정신을 잃었고 아이는 살해되었다.

자신의 실수로 아이가 살해당했다는 생각에 야마쿠라 시로는 괴로워하고 유괴범을 반드시 잡고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던 중 야마쿠라 시로는 경찰에게 유괴범과의 마지막 접선지였던 곳 인근에서 발견한 단서를 듣고, 유력한 용의자를 생각해 낸다.

하지만 용의자 A에게는 철벽과도 같은 알리바이가 있었다.

바로 그가 범행 시간에 명탐정 노리즈키 린타로의 집에 있었다는 것.

 

하지만 야마쿠라 시로는 여전히 A에 대한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단서를 찾기 위해 그의 집에 무단침입하게 된다.

하지만 금방 돌아온 A에게 머리를 맞아 기절했고, 깨어나 보니 그는 이미 죽은 상태였다.

집 안의 창문은 모두 잠겨 있었고 출입문에 그가 기대어 있는 상황이라 범인이 빠져나갈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A는 누구에게 살해당한 걸까?

야마쿠로 시로의 생각처럼 정말 A가 유괴범과 관련이 있을까?

 

-

노리즈키 린타로의 비극 3부작 중 두번째 이야기에 속하는 <1의 비극>은 야마쿠로 시로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즉, 야마쿠로 시로의 생각의 흐름에 독자들은 따라가며 사건을 접하게 되고 사건에 대한 추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극 3부작 중 첫번째 이야기인 <요리코를 위해> 속 아버지의 수기에서 호되게(?) 당한 것이 있는지라, 이 책을 읽을 때는 야마쿠로 시로의 시선을 모두 믿지는 않겠다며 그를 의심의 눈초리로 주시했다.

밀실 살인에 이르러서는 야마쿠로 시로에 대한 나의 의심이 거의 80%까지 높아졌으나, 우리의 명탐정 노리즈키 린타로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기에 '야마쿠라 시로 범인설'은 조용히 내 가슴에 묻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범인은 누구인가?

아이를 죽이고 A를 죽여 이득을 볼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드디어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순간,

나는 그렇게 야마쿠로 시로의 시선을 믿지 않겠다 다짐했으면서도, 철저하게 그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범인의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이를 죽인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감정이 범인을 극한의 그 상황까지 끌고 간 것인지 안타깝고 슬펐다.

 

사실 솔직하게 말해서 나는 <요리코를 위해>만큼의 충격을 받지는 못했다.

확신하지는 못했어도 어느 정도 이 사람이 범인일 수 밖에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조금은 마음 속에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소설 첫번째 살인의 트릭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라 깜짝 놀랐다.

아, 그런 트릭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다시 한번 그런 짓을 한 범인에 대해 놀라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정말 무엇이 범인을 이렇게까지 몰고 간 걸까...

 

어쩌면 그들은 현재의 가족을 지키고자 했지만, 결국은 모두가 불행해지고야 말았다.

​가족이라는 것, 혈육이라는 것, 그 안에서 발생한 비극이라 더 애잔함이 남는 소설이었다.

 


(p. 226)

야마쿠라 씨는 범행 현장이 밀실 상태였다고 주장함으로써 자신의 진술에 명백한 모순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 아닌 진범이 있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제삼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사인 밀실은 야마쿠라 씨의 발언 속에서만 성립할 뿐, 실제로 그랬다는 확증마저 없는 상황입니다.

즉 밀실과 관련한 야마쿠라 씨의 증언은 내용의 일관성이 결여된데다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어서 본인에게는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진술 전체가 신빙성을 잃게 되고 오히려 본인에 대한 혐의만 증폭되리라는 것이 빤히 눈에 보였겠죠.

.

.

야마쿠라 씨의 진술에는 설명할 수 없는 논리적 파탄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야마쿠라 씨의 작위에 의해 생긴 게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저는 논리적 파탄 자체를 사실성의 표출이라 간주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