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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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극복하지 못할지라도, 인생 내내 고통과 더불어 살게 될지라도 찰나의 행복을, 환희의 순간을 인간은 포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어떤 순간은 전부이고 영원이기 때문이다.

이 길의 끝에 엄청난 고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그 길로 가겠다고 선택하는 인간을 당신은 어리석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위대하다고 생각할까.

 

_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중 306쪽

 

우리는 살면서 상처받고 아파하고 고통스러워 한다.

기쁨의 순간도, 행복한 순간도 물론 있겠지만 아픔의 순간이 존재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 아픔의 순간에, 좌절의 순간에, 실패의 순간에 우리는 전의를 상실하고 한없는 슬픔 속으로 침잠한다.

하지만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오뚝이처럼 벌떡 허리를 세우고 고개를 들고 앞을 향해 전진한다.

 

30대의 나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보지 않는 쪽을 택했었다.

내가 이만큼을 해 주면 너도 적어도 이만큼은 해 줘, 라는 생각으로 상처받고 아파했던 날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잘 이겨냈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 때를 돌아보면 왜 그렇게 슬픔을 못 견디며 전전긍긍하며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에는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남들보다 고통 감지 기능이 더 발달한 민감하고 유약했던 작가가, 살아남으려고 잘 버텨보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몸부림 친 흔적들이 담긴 문장들이다.

 

🌈

이제는 믿는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던 끝이 아닐지라도, 고통이 완벽하게 사라질 순 없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삶은 다시 우리를 살게 한다는 것을.

시련의 시간이 지나가면 이전보다 단단하고 깊어진 나 자신을 느끼게 되는 날도 온다는 것을. _ 49쪽

 

작가는 어머니의 병으로 힘들었다. 어머니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작가는 이 고통과 견딤이 언제 끝날지 몰라 두려웠다.

비는 언젠가 그친다는 생각으로 이런 시간도 계속되지 않을 거라고 믿었지만, 결국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작가가 바란 끝은 어머니의 완치였다.

작가가 바라왔던 끝과는 달랐지만,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여전한 일상을 살고 있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도, 우리의 인생은 계속된다.

가끔 슬픔에 잠기는 날도 있겠지만, 어찌되었든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

돌아보면 누군가가 특별해지던 순간은 이런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의 아픔과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을 알게 되던 순간.

슬픔을 연대하던 순간.

살면 살수록 산다는 일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회를, 젊음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을 하나씩 보내고 잃어버리며 영원할 수 없는 생의 속성 앞에서 누구나 슬픔을 느끼며 고통과 불안을 견뎌낸다.

그런 의미에서 슬픔에 관한 한 우리는 모두 동지가 아닐까.

타인이 슬픔 앞에서 우리가 걸음을 멈추었던 건 그래서였을 거다.

슬픔을 연대하면서 외로웠던 우리는 잠시 하나가 된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_ 186쪽

 

나는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는 편은 아니다.

친한 이들에게도 이야기해도 될 정도만 털어놓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인간 관계는 점점 좁아졌고, 사람을 믿는 것도 어려워졌다.

나의 슬픔이나 속마음이 상대에게 어떤 빌미가 되지 않을까, 라는 어쩌면 쓸데없는 걱정을 했기 때문이었다.

 

작가 역시 마음을 쉬 터놓지는 않고 선을 그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벽들이 허물어졌다고 했다.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마음 속에 숨겨 두었던 것들에 대해 오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상대방은 그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두렵다.

하지만, 작가가 말한 '슬픔을 연대하면서 외로웠던 우리는 잠시 하나가 된다'라는 문장이 좋아 계속 입안에 맴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등을 쓰다듬고 그에게 티슈를 건네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며 슬픔을 견딘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내 아프고 슬픈 속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도 받을 것이다.

 

-

공감가는 문장들이, 그리고 가슴을 두드리는 문장들이 많았다.

믿기 어렵겠지만, 중간 이후부터 나는 눈물이 조금씩 났다.

울면서 나조차도 "너 왜 이러니"라고 말했을 정도라니...

나 요즘 좀 힘들었나 보다. 말도 못하고 부득부득 견디고 있었나 보다.

 

작가의 문장들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다들 그렇게 사는 구나 싶어 위안도 된다.

 

앞으로도 슬픈 일, 아픈 일, 고통스러운 일이 분명 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자주 꺼내읽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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