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봄
후루타 덴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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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루는 파출소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다른 방법이 없어 파출소로 찾아가고는 있지만, 그는 사실 어린 여자아이를 유괴한 유괴범이었다.

다케루는 기억 속에 각인된 특정 장면으로 보통의 일반적인 남자와는 다르게 소아성애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고, 기억 속 장면의 장소를 발견하게 되자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런 그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가미쿠라 역 앞 파출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였고, 그곳에서 무능하고 경박해 보이는 가노 순경을 만나게 된다.

 

(71쪽)

입을 열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까부터 뭔가 큰 실수를 저지른 것 같았는데 그게 뭔지 깨달았다.

전부다. 가노 앞에서 말하고, 말하게 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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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봄》은 다케루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봉인된 빨강'을 포함한 총 5편의 단편소설이 들어 있다.

노인을 상대로 한 꽃뱀 사기단의 리더인 미쓰요의 이야기(거짓의 봄), 직업이 도둑이라 마음에 드는 여성의 고백을 거절하고 도둑임을 증명하기 위해 특별한 장미꽃을 훔쳐준 쇼고의 이야기(이름 없는 장미), 자신의 약점을 잡은 친구가 원하는 것을 해 주며 노예처럼 지내는 미호의 이야기(낯선 친구), 옛 연인을 죽인 혐의로 체포된 다카기의 이야기(샬로메의 유언)는 각기 다른 서술자가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그 모든 이야기 속에는 '가노 라이타'가 등장한다.

 

다케루를 포함한 각 단편의 서술자가 처음 본 가노 순경은, 일반적인 형사의 느낌이 별로 없는 경박하고 가벼워보이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그는 과거 '자백 전문 가노'라 불릴 정도로 취조에 뛰어난 형사였다.

가노가 건네는 농담인 듯 진담인 듯 가벼워 보이지만 은근히 날카로운 질문들에 그들은 당황하기 시작하고 자신도 모르게 범죄의 단서나 실마리를 흘려 보낸다.

그런 그가 어째서 지금은 파출소에서 순경 업무를 하고 있는 것일까?

 

각 단편은 모두 매력적이었다. 짧은 이야기지만 서술자의 심리나 상황 등에 묘사가 결코 부족하지 않다고 느껴질 만큼 모든 이야기 속에 안타까움과 여운이 남았다.

소설 곳곳에 꽃이나 봄이 등장하지만 화사하고 활기찬 느낌보다는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타자화해 봉인한 기억은 결국 잘못된 성향을 발현시켜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었고, 온갖 역경을 겪으며 자신만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그녀 역시 결국은 남들에게는 그저 똑같은 약한 노인이었다.

선의를 보여 줬다고 생각했으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껴 오히려 악의를 품게 되고, 최악의 수를 두고 알게 된 진실은 고통스럽다.

 

처음 알게 된 작가의 소설이었지만, 다음 소설이 벌써 기다려진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캐릭터 가노의 활약을 언제쯤 다시 볼 수 있을까.

 

 

※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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