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왕 - 정치꾼 총리와 바보 아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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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 시리즈를 통해 최애 작가 중의 한 명으로 등극한 이케이도 준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읽었다.

작가가 선택한 이번 소재는 '정치'이다.

 

새롭게 민정당의 총리가 된 '무토 다이잔'과 대학생 한량 아들 '무토 쇼'의 몸이 바뀌어 버렸다.

정치꾼인 다이잔, 그런 아버지를 못마땅해하는 쇼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부자 지간이다.

그러나 몸이 바뀌었다는 그 믿지 못할 상황을 두고, 우선 그들은 각자 상대방의 일들을 처리하기로 한다.

쇼는 다이잔을 대신해 정치를, 다이잔은 쇼를 대신해 취업 면접을 보러 다닌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일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내각 회의에서 한자를 몰라 답변서를 엉터리로 읽은 쇼(겉은 다이잔, 속은 쇼)은 각종 매체로부터 '한자도 못 읽는 멍청이'이라고 비난받는다.

다이잔(겉은 쇼, 속은 다이잔) 역시 쇼를 대신해 나간 취업 면접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하고 돌아온다. 즉 면접을 엉망으로 봤다는 의미... ^^

 

그러나 점점 그들은 변화한다.

정치꾼으로서의 입지 때문에 속마음과는 다른 말을 하고 행동을 해야 했던 다이잔은, 쇼가 보이는 솔직한 행동에 조금씩 마음이 동요된다.

또 쇼를 그전까지 그저 멍청한 철부지라고만 여겼지만,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쇼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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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다든지 옳지 않다든지, 정치는 그런 것과 관계가 없어.

중요한 건 눈앞의 표라고, 표!

정치인에게 표를 얻지 못하는 정치는 잘못된 정치야!

(300쪽)

 

어쩌면 우리가 흔히 보고 있는 정치의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봐도 더 중요한 이슈들이 있지만, 정치인들은 자신이 속한 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며 상대방을 헐뜯기 바쁘다.

 

소설 속에서 역시 민정당 의원들에 대한 어떤 사건이 불거지자, 그들이 어떤 업적을 했는지와는 별개로 깔아뭉개고 밟고 쳐내려고 한다.

 

물론, 그것이 범법행위라면 지탄받는 것이 마땅하다고는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이 있더라도 죄를 지었다면 그 부분에 관해서는 사퇴뿐만 아니라 처벌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소설 속 쇼의 말처럼, 국가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한 일에 대한 질의가 아닌 그저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만이 목적인 질의라면 그건 잘못된 일이 맞을 거다.

 

뭐가 깨끗한 일이에요?

국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인을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나요?

그런 건 더러운 정치꾼이에요.

그런 자들이 깨끗한 일을 운운할 자격이 있나요?

(289쪽)

 

 

정치꾼들은 모르는,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일.

그것이 정치인이라면 가장 우선 생각해야 할 일 아닐까?

 

옳은 일을 하는데 정국을 운영할 수 없다면, 그건 옳은 정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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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바뀐다는 설정이 처음에는 조금 황당하게 느껴졌지만 그렇게 몸이 바뀌게 된 이유조차도 '정치'에 있었다는 것에 엄지척을 주고 싶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가라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마지막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역시나 이케이도 준 작가의 소설이었다.

재미와 정치에 대한 풍자와 유머가 넘쳐난다. 그러면서도 따뜻함을 놓지 않는다.

 

역자의 마지막 문장이 가슴에 남는다.

'당신은 앞으로 정치꾼을 선택할 것인가, 정치가를 선택할 것인가!(389쪽)'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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