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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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동안 몇 번이나 울컥하는 마음을 달래었는지 모르겠다.

책에 소개된 25명의 여성들의 삶의 면면이 너무도 멋있어서... 좋은 때만 있었던 것이 분명 아니었는데도, 그렇게 글을 읽고 쓰고 자신의 이름을 남긴 것이 너무도 찬란해서...

여성을 대하는 이 사회가 예전보다는 물론 평등해졌다지만, 아직도 조직의 핵심 지위로 여성들이 진입하기엔 여전히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그러나 책 속의 위대한 여성들을 대하면서,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며 일부분 포기하는 마음을 지니고 세상탓을 하며 어쩔 수 없지, 라는 생각을 했던 내 자신이 조금 반성되었다. 아니, 힘이 났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난과 가족의 반대에도 글쓰기로 운명을 극복하고 현실 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마르그리트 뒤라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공산당 작가 모임에도 들어간 도리스 레싱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음에도 앞으로 글 쓸 시간이 줄어들까 심드렁했다고 한다.

글을 쓸 때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느낀 삶이 전쟁으로 중단되자 생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버지니아 울프,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어마어마한 여러 일들을 겪었음에도 끝까지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삶과 존재를 증명한 프리다 칼로, 31살의 짧은 생을 살았지만 삶의 전부를 글쓰기에 걸었던 여성 시인 실비아 플라스는 사후 출간된 책으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나간 25명 여성의 삶이 모두 인상적이었지만, 특히 더 기억에 남는 그녀들에 대해 간단히 말해보려 한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미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연방 대법원 대법관인 긴스버그는 하버드대 로스쿨에 입학해서 "남학생들의 자리를 차지한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고 한다. 또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수석으로 졸업했음에도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고, 일을 하면서도 온갖 여성 혐오와 차별의 말로 모욕받았다. 그러나 그녀는 능력이 뛰어났고, 남편은 그녀의 뛰어난 지성을 충분히 알아주고 아껴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많은 힘든 시절을 겪었지만 그녀는 끝까지 포기하기 않았고 희망을 가졌고 그렇게 여성의 권리를 조금씩 지켜냈다.

 

긴스버그는 여성의 자리가 커지는 것을 여성이 두려워할 때, 뛰어난 여성을 여성이 모른 척할 때, 핍박받는 여성을 여성이 지켜 주지 않을 때 여성 운동을 뒷걸음치게 된다는 경고를 소토마요르를 지켜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_ P. 110

 

사람들이 쉽게 내던지는 말이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

여자의 적은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여자의 적은 그저 그 여자를 시기하고 질투하며 제대로 바라보지 않으려는 사람일 뿐이다.

 

마거릿 애트우드

문학이 인류를 발전시켰다고 당당히 말하는 마거릿 애트우드가 참으로 멋있다. 그녀는 여러 다양한 작품들을 출간하면서도 '역사상 인간이 어딘가에서 이미 한 일만을 이야기 속에 넣는다.'는 원칙을 지켰다고 한다.

여성의 삶, 여성에게 가해진 폭력과 감춰진 진실을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며 여성들의 존재를 드러냈다.

 

역설적이게도 마거릿 애트우드는 희망을 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디스토피아 소설을 발표했다. "인류는 과거에 여러 번 끔찍한 병목을 통과했다. 그리고 매번 살아남았다."

그녀는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지금도 "새로운 소설"을 쓰고 있다. _ P. 130

 

아직 그 유명한 '시녀 이야기'나 '그레이스'를 읽어보지는 못했다. 책은 준비되어 있으니 그녀의 말처럼 이 소설 속에서 여성의 희망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며, 좋아질 세상을 생각하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면,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등등 책을 읽지 못하는 이유를 여러가지 말하곤 한다.

요즘 세상의 하루하루의 삶이란 너무 여유가 없어서 어쩌면 책 읽을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최근엔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책을 읽는 시간이 엄청나게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책 속 25명의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니, 그런 말들이 다 핑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녀들은 좋을 때에도, 나쁠 때에도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고, 글쓰기를 쉬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물며 글을 쓸 수 없는 세상 앞에서 붓을 꺾기도 했다.

자신의 삶을 다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글을 쓰고, 그렇게 멋진 작품들로 자신을 증명하고 한계를 극복한 멋진 여성들의 모습은, 비록 이 자리에 정체되어 있지만 내게 책을 읽을 이유를 말해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이제는 그녀들의 삶과 혼이 담긴 책들을 찾아서 조금씩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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