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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전화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가마쿠라의 어느 길에서 갑자기 주변이 달라지고, 그렇게 길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로 들어간 사람들은 나선형 계단을 돌고 돌아 지하로 내려가게 되고 그 끝에서 똑같이 생긴 쌍둥이 할아버지 두 분과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암모나이트 소장을 만나게 된다.
"멀어지셨습니까?"
쌍둥이 할아버지의 물음에 이들은 이상하게도 각자의 마음 속 고민거리들을 털어놓게 된다.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은 이런 게 아니야, 라며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 고민하는 남자.
보통의 아이들처럼 공부해서 대학에 가기를 바랬건만 대학 대신 유튜버가 되겠다는 아들 때문에 고민하는 여자.
청혼을 받았지만 결혼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여자.
반에서 외톨이가 되기 싫어 속정을 나누는 친구가 아님에도 그들 옆에서 친구인 듯 지내는 여중생.
연극이 좋아 대학 졸업 후에 극단을 만들었지만 인기를 끌지 못한 채 어느덧 마흔이 되어버린 극단의 극작가.
가족 없이 홀로 고서점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노인.
이들은 우연히(어쩌면 기묘하게) 들르게 된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에서 쌍둥이 할아버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쌍둥이 할아버지들은 그들에게 암모나이트 소장님의 말씀을 전한다.
소장님이 커다란 항아리에 풍덩 빠지며 일으키는 소용돌이 속에서 나타나는 그들을 도와줄 하나의 아이템과 '난처할 때 소용돌이 캔디' 1개도 함께 말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고민은 휘황찬란하거나 비범하거나 한 고민들은 아니었다.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일념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내가 꿈꿔 온 일들은 하나도 하지 못한 채 불평만 쌓이는 일이나, 다른 아이들과 같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의 꿈에 대해서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는 일은 많은 사람들이 품어 온 고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 결혼을 망설이는 일이나 남들에게 외톨이로 보이기 싫어 누군가의 옆에 있는 일도 흔한 일이 아닐까.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잠깐의 기쁨을 가졌지만 점점 현실은 녹록치 못하고 계획하던 성과가 나오지 않을 때 현실에 점점 타협하는 일도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상대이지만 나의 조건이 너무 좋지 않아 상대의 마음을 거절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고민일 수도 있고, 나의 친한 주변 사람들의 고민 같기도 한 각자의 고민들을 가슴에 품고 이들은 조금씩 변화해 간다. 그리고 그 변화의 길에 발생한 어떤 순간에 '소용돌이 캔디'는 힘을 발휘해 그들을 도와준다.
그러나 중요한 건, 이들이 그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앞으로 한걸음 나아갔기에 '소용돌이 캔디'가 필요한 상황도 발생한 것 아니었을까.
그렇게 기적같이 맞게 되는 깨달음의 순간, 그들은 더 멋지고 강한 사람이 되어간다.
각각의 이야기는 2019년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6년씩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펼쳐지는데, 각 이야기에서 등장한 인물들은 다른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며 전체적인 이야기를 더 풍성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무언가 고민에 막혀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 누군가 내 고민을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쌍둥이 할아버지와 암모나이트 소장님을 만나게 되면 어떨까?
두 할아버지가 양손 엄지 손가락을 쑥 내밀며 "나이스 소용돌이!"를 외치고, 먼 옛날에 멸종했을 것이 분명한 암모나이트 소장님은 항아리에 풍덩 뛰어들며 소용돌이을 일으키는 기묘한 이 곳, 하지만 기적의 순간을 선사해 주기도 한 이 곳.
언젠가는 꼭 만나고 싶은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에서 나도 작은 기적을 만날 수 있을까?
그냥 나는 흘러서 도착한 곳에서 그때그때의 최선이 일으켜 줄 기적을 믿었어.
예상치 못한 전개로 다음 문이 열리는 게 재미있거든.
그건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마찬가지야.
그때그때의 최선의 결과, 나는 지금 여기에 있는 거지. _ P.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