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괜찮아 - 엄마를 잃고서야 진짜 엄마가 보였다
김도윤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엄마의 인생에 엄마는 없었다.

엄마는 오로지 누군가의 엄마였을 뿐이다.

우리 엄마로서의 시간만 있을 뿐이었다.

(p. 27)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련해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엄마'.

어렸을 때,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되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자식들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뿐 아니라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가끔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요즘에야 많이 나오는 문장이지만, 예전에는 미처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그러나 너무 적절해서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이 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요즘보다 더 결혼 연령이 낮았던 옛날 그 시절,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처음 해 보는 엄마로서의 역할을 잘 해 내려고 고군분투했을 엄마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진다.

 

김도윤 작가가 추억하는 '엄마'의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자식을 위해서 평생을 살았고, 마지막 삶의 끈을 놓는 순간까지도 자식 생각밖에 없었던 '엄마'의 모습 말이다.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우리 엄마가 그럴리는 없으리라 믿었던, 그래서 엄마의 마지막에 더 있어주지 못했고 더 많은 일들을 함께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작가는 너무도 슬퍼한다.

 

어렸을 적 우등생이었고 대기업에 입사까지 했던 형은 자신만의 세계에 갇혔고, 병증은 더 심해져 차도로 뛰어들기도 한다.

형의 증세가 심해질수록 엄마의 마음도 함께 곪아갔고, 엄마 역시 우울증에 걸려 형이 한때 입원했던 병원의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한다.

 

죽고 싶다는 엄마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내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나 하나 편하자고 엄마는 그럴리 없을 거라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으리라는 단단한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엄마는 스스로 삶을 마쳤고, 그 슬픔이 너무 커서 작가의 마음마저 좀 먹고, 그 역시 우울증을 겪으며 마음 고생을 한다.

 

자신이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았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그는 쉽사리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한다. 어쩌면 나를 보호하고 있는 이 막이 다 무너져 버릴까봐, 오롯이 그 일들을 마주하는 것을 견딜 수 없을까봐, 외면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동안, 어쩔 수 없이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작가의 문장 곳곳에 엄마와의 추억, 아니 엄마가 보여준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우리들의 엄마는 자식들이 가는 길 곳곳마다 응원과 지지, 격려를 아낌없이 보낸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생각해 보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혹은 고비마다 늘 옆에 있어주고 무조건 내편을 들어주던 엄마의 모습이 있다.

잘한 일은 잘했다고, 못한 일은 괜찮다고... 그저 자식 일이라면 당신의 한 몸, 당신의 안위는 부차적인 것으로 여겼던 '엄마'라는 사람들...

 

늘 괜찮다는 말만 하는 엄마, 언제나 자식이 먼저인 엄마.

갑자기 GOD 노래도 생각난다.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문득 어렸을 때 일이 떠오른다.

고리타분한 중2였던 나는, 엄마의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장은 왜 했냐고 핀잔을 줬다. 그 당시 엄마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엄마의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 젊었다. 난 지금도 나 자신을 꾸미는 데 여념이 없는데, 그 젊은 청춘의 엄마에게 화장을 하지 말라고 했다니... 지금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뿐이다.

 

아직 자녀가 없어 엄마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니, 아이가 있어도 그 시절 엄마의 그 마음을 어떻게 100펴센트 이해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작가의 글 덕분에 오랜만에 엄마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시간이 많지 않다. 부모님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고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무한정 있지 않다.

그러니 미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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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68)

우리 엄마는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형과 나의 시간에 멈춰 있는 것만 같았다.

형과 나의 시간에 맞추어 째깍거렸다.

그리고 가끔 엄마의 시침은 어느 시간대에서 멈춘 후 그곳에서 우리의 침과 겹쳐지기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긷고 했다.

그 몇 안 되는 짧은 시간을 위해 엄마는 평생을 기다렸으니까.

 

(p. 129)

살면서 힘들 때마다 나는 엄마에게 수많은 돌멩이를, 나뭇가지를, 힘든 길을 치워달라고 부탁했는데,

엄마는 마지막까지 내게 그 어떠한 조그마한 돌멩이조차 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셨다.

 

(p. 151)

엄마의 사전에는 '괜찮지 않다'는 말이 없는 게 아닐까.

그저 괜찮다는 말로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싶은 사람, 모든 걸 괜찮게 만들고 싶은 사람, 엄마는 그런 사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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