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계속 눈여겨 보고 있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가치독서' 카페를 통해 함께 읽게 되었다.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차별'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선량'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책 제목은 무언가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을 약간 따끔거리게 했던 것 같다.
차별을 악랄하고 기괴한 모습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자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차별은 생각보다 흔하고 일상적이다.
고정관념을 갖기도, 다른 집단에 적대감을 갖기도 너무 쉽다.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 (p. 60)
평소 나는 누군가를 어떤 이유로든지 일부러 차별하거나 비하하는 등의 말을 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불 같은 성격을 마구 내뿜었던 치기 어린 젊은 날엔 가끔 욕설도 내뱉었지만, 언젠가부터는 실수로라도 나쁜 말을 내뱉는 일이 없도록 나쁜 단어나 욕설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는 버릇을 들였다.
그런데 이런 나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나는 절대 차별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야"라는 문장을 단언하여 말할 수 없었다.
우선 저자는 프롤로그에서부터 사람들이 흔히 쓰는 단어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다.
바로 '결정장애'라는 말.
나와 남편은 너무 우유부단한 성격 탓에 바로 이 '결정장애'의 끝판왕이라 서로 자부하며 서로에게 결정을 미루고는 했었다.
그만큼 나도, 남편도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자주 사용하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 단어도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말이었다. 그런 의도로 내가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은 아니었지만, 찬찬히 생각해 보면 '장애'라는 말 자체를 무언가 부정적인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 속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하지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는 못하는 많은 차별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리고 말한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억압이나 불평등을 느낄 기회가 적어서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며 비난을 돌리곤 한다.
하지만 그 위치라는 것도 상황에 따라 바뀌는데, 예를 들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지만, 난민 문제 등 이주민들과의 비교에서는 한국인이라는 다수의 입장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내가 모르고 한 차별에 대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몰랐다", "네가 예민하다"는 방어보다는,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미처 생각지 못했다는 성찰의 계기로 삼자고 제안한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우리들은 서로에게 차별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경청함으로써 은폐되거나 익숙해져서 보이지 않는 불평등을 감지하고 싸울 수 있다. (p. 189)
책을 읽은 사람들의 평을 보면 책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에 대해 '호'의 입장에 서고 싶다.
책을 읽음으로서 그냥 넘겼던 차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차별에 대해서 사람들이 인지한다면, 곧바로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점차 조금씩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들은 어찌되었든 대놓고 차별하거나 불평등을 조작하는 사람들은 아닐테니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모두가 평등을 바라지만 선량한 마음만으로 평등이 이루어지지 않기에, 불평등한 세상에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익숙한 세계 너머의 세상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는 듯 하다.
몇 년 후에 이런 책이 또 나온다면, 그때는 지금보다는 덜 뜨끔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