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해몽전파사 ㅣ 소설Q
신해욱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나는 꿈을 많이 꾸는 편은 아니다. 가끔 꾸는 꿈 속에서는 기묘하고 신기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슈퍼 히어로가 되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멋지게 구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가슴을 덜컥 하며 꿈에서 깨기도 한다.
또 이전에 꾼 꿈에 이어 이야기가 진행되는 꿈들도 있었다.
신기한 꿈을 꾸고 일어나면, 그 일어난 잠깐은 꿈이 생각나지만 사실 시간이 지나면 명확하게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그 꿈들을 내가 기록해 뒀다면, 어쩌면 말이야, 그게 멋지고 기가 막힌 이야기 한 편이 되지는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소설 <해몽전파사>에 등장하는 해몽전파사는 왕십리의 어느 자투리땅에 지어진 2층 건물이었다. 제대로 손보지 않은지 오래라 외벽의 치장 벽돌은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갔고, 간판의 '몽'자의 'ㅁ'은 한쪽으로 삐뚜름하게 기울어져 있어 묘한 느낌을 주던 곳.
불이 켜진 때도 거의 없어 철거될 건물이겠거니 했던 이 곳에, '나'는 삼년 전 망가진 헤어드라이기를 고치러 들러봤다. 가게 불은 꺼져 있었지만, 유리문에 붙어 있던 글을 보고 간밤의 꿈을 팔려고 연락을 해 본다.
'각종 꿈 매입
몽몽교환 프로젝트 진행 중'
'나'는 그 날 꿈을 팔면서 가게의 주인인 진주씨와의 인연이 시작되고, 그 뒤로 가게를 드나들면서 아르바이까지 하게 된다.
'해몽전파사'에서는 토요일에는 꿈의 영화를 상영하고, 일요일에는 꿈의 텍스트를 낭독하고, 그 밖에도 인문학이나 뇌과학 스터디, 몽유록 읽기 모임도 열린다.
이년 반이 흐른 어느 날, 진주씨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며 이 가게를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죽기 전에 천개의 꿈을 모으면 자기한테 이 가게를 줄게."라고 말한다.
그렇게 '나는' 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화자인 '나', 해몽전파사의 주인인 '진주씨', 모임에서 알게 된 '설아씨', 그리고 어느날 문득 가게를 찾아온 '삼월씨'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함께 그들의 꿈 이야기가 책을 가득 채운다.
사실 초반에는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등장인물 간의 서사는 크지 않고, 약간은 기묘한 꿈들이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니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건지 혹은 꿈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의아해질 수 밖엔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꿈은 자기가 처한 현실의 어떤 것과 닿아 있고, 또 서로간에 꿈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연대가 높아지고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1000개의 꿈에 닿기 위해서는 아직 954개의 꿈이 남았다. '나'가 어느날 꿨던 꿈처럼, 서기 2039년 11월 26일, 304번째 마지막 낭독회가 열리는 그날까지 나도, 진주씨도, 설아씨도, 삼월씨도 모두모두 건강하기를, 해몽전파사도 꿒은숲도 모두모두 잘 유지되기를... 나지막히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