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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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있더라도 미후유를 지킨다. 설사 그녀와의 밤이 환상일지라도." (2권, p. 222)

아버지 유키오가 운영하던 '미즈하라 제작소'에서 일하고 있던 '미즈하라 마사야', 거품 경제가 꺼지자 확장했던 공장이 망하게 되고 아버지는 자살한다.

아버지의 발인 날에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했고, 그는 아버지의 생명보험금을 노리던 고모부 도시로가 지진으로 인해 대들보에 깔려 있는 걸 발견했지만 그를 구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기왓장으로 머리를 내리쳐 죽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신카이 미후유'에게 들키고 만다.

이번 대지진으로 부모님을 잃은 미후유, 피난소인 체육관에서 마사야와 미후유는 다시 만나게 되고, 마사야는 고모부를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미후유 주변을 맴돌다 위험에 처한 그녀를 구해주게 된다.

한편, 피해 현장으로 온 도시로의 딸 요네쿠라 사키코와 그녀의 남편 고타니 신지는 재해 현장이 찍힌 어떤 사진을 발견하고 도시로가 지진으로 인한 단순 사고사가 아니라 마사야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마사야를 은근히 협박한다.

미후유 덕분에 위기를 넘긴 마사야는 그녀와 함께 도쿄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정한다.

도쿄에서 마사야와 미후유는 각자의 직장에서 성실히 일하는 듯 보였다. 어느날 미후유가 일하는 보석점 '하나야'에서 독가스 사건이 발생하고, 사건을 조사하는 중에 미후유뿐 아니라 여자 직원들이 스토킹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도 밝혀진다. 나중에 용의자로 붙잡힌 하나야의 플로어 매니저 하마나카는 자신이 미후유와 사귀었다고 말하지만 미후유는 그런 내용을 전면 부인한다. 독가스 살포와 하마나카의 연관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고 결국 사건은 그렇게 유야무야된다.

미후유는 미용실, 보석점 등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사업을 하는 족족 성공하고, 자신이 한때 일했던 '하나야'와도 업무 제휴를 맺는다. 그리고 하나야의 사장 '아키무라 다카하루'와 결혼한다. 그 뒤에도 그녀의 사업 확장과 아름다움은 끝을 모르고 계속 위로 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미후유의 성공 뒤에는 마사야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미후유가 부탁하는 모든 것들을 해 주었고, 때로는 그녀에게 속아 사람을 죽이는 일까지 한다.

마사야와 미후유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마사야는 분명 미후유를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그녀와 자신이 행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미후유가 요구하는 것은 다 들어준다.

그러나 미후유는? 그녀는 마사야를 사랑하는가...?

대답은 글쎄... 이다. 아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미후유에게 이용당해 범죄행위도 저지르는 마사야지만, 마사야는 그런 일들이 그다지 탐탁하지는 않다. 하기 싫지만, 미후유를 위해서, 앞으로의 행복을 위해서 범죄도 저지른다.

머뭇거리고 약해지려 하는 마사야에게 미후유가 늘어놓는 궤변들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미후유를 너무 사랑하고 그녀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마사야의 마음을 흔들기에는 충분했다.

- 1권, p. 333

전부터 내가 말했지? 이 세상은 전쟁터라고. 내 편은 마사야뿐이야. 마사야 편은 나뿐이고.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나는 무슨 짓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어.

- 1권, p. 462

마사야를 만나지 못하면 내가 뭘 위해서 살겠어. 전부 우리 둘을 위한 일이야. 우리 둘이 행복해지려고 애쓰는 거란 말이야.

마사야는 나중에 미후유가 자신을 속이고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미후유를 사랑한다. 자신의 모든 삶이 그녀로 인해 철저하게 파괴되고 자신은 보통의 행복조차 가질 수 없게 되었는데도,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

- 1권, p. 447

미후유는 우리 둘의 행복에 관해 생각해 본 적 있어?

이렇게 숨어서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되는 삶, 풍족하지는 않아도 늘 함께 누리는 평온한 생활, 그런 걸 꿈꿔 본 적이 있느냔 말이야.

아무래도 이 소설을 읽으면서 백야행이 떠오를 수 밖에 없었다. 소설보다는 드라마로 먼저 접했던 백야행 속 료지와 유키호에게는 애잔한 마음이 있었다. 료지와 유키호의 행위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의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심정에는 일응 마음이 갔다. 그들에게는 너무도 참혹했던 잊고 싶은 과거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환야 속 미후유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저 그녀가 정말 '악녀', '나쁜 ㄴ'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마사야는 아주 바보 멍청이같고... (아, 미후유에게 당한 많은 바보 멍청이들이 등장하지만, 애잔할 정도의 바보 멍청이는 마사야가 아닐까...)

어쩜 이 두꺼운 2권의 책이 금방 읽히는지... 가독성이 좋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난 뒤에도 묘하게 여운이 남는다. 마사야를 생각하게 된다. 나쁜 X지만 미후유도 생각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미후유의 진짜 마음이 무엇일지도 곰곰히 생각해 본다. 그녀의 마음에서 진짜 조금이라도, 먼지 한톨만큼이라도 '사랑'의 마음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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