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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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

 

카니발 축제 혹은 어떤 사건으로 술렁이는 도시의 일요일 저녁, 카타리나 블룸은 발터 뫼딩 경사의 집을 찾아가 자신이 퇴트게스 기자를 총으로 살해했음을 자백한다.

 

이 소설은 카타리나 블룸이리는 평범한 젊은 여성이 왜 퇴크게스 기자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니, 어쩌면 제목에서 연상되듯이 카타리나 블룸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명예를 잃고 극한의 상황까지 간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카니발 축제 전날인 수요일 밤, 카타리나 블룸은 자신의 친적이자 자신을 도와준 볼터스하임 부인의 저택 파티에 참석했다. 그 곳에서 진심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 남자 루트비히 괴텐을 만나 자신의 집으로 가 하룻밤을 함께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인 목요일 오전,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은 괴텐이 수배 중인 은행 강도이고 살인과 그 밖의 다른 범죄 혐의도 받고 있다며, 괴텐을 빼돌린 혐의로 카트리나를 체포한다.

그렇게 경찰은 카트리나와 괴텐의 관계를 추궁하며, 카트리나의 신상과 사생활을 파고든다. 그리고 언론 <차이통> 지는 그런 그녀를 먹잇감 삼아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쏟아낸다.

금요일, "강도의 정부 카타리나 블룸이 신사들의 방문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토요일, "살인범의 약혼녀 여전히 완강! 괴텐의 소재에 대한 언급 회피! 경찰 초비상!

 

그녀가 가정부로 일하고 있는 블로르나 부부는 카트리나의 사생활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보며 그녀를 돕고자 하지만, 도시에서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해 버린 그녀를 보는 시선과 블로르나 부부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1975년에 독일에서 발표된 소설이지만, 약 45년 정도가 지난 현재에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문에서 tv나 인터넷으로 그 위치가 옮겨졌을 뿐, 현대에도 여전히 <차이퉁>이나 <존탁스차이퉁> 같은 기레기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기레기들의 확인되지 않은 기사에 일반 사람들은 휩쓸리기도 쉽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공공연히 유포되고, 과열된 취재로 또 다른 희생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전혀 반성이 없다.

소설 속에서도 카타리나의 어머니가 수술로 인해 안정을 취해야 함에도 쓰레기 기자는 변장을 하고 그녀를 찾아 취재를 한다. 인터뷰 상대자가 한 진술을 그대로 옮기면야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역시나 쓰레기 답게 자기 임의대로 진술을 바꾼다.

어머니의 사망은 어느 순간, 그들의 입맛대로 카타리나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둔갑한다. 어느 명망있는(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추근대는) 신사의 잘못 역시 카타리나의 탓으로 변해버리고 말이다.

 

- p. 107

진술을 다소 바꾼 것에 대해 그는 기자로서 '단순한 사람들의 표현을 도우려는' 생각에서 그랬고, 자신은 그런 데 익숙하다고 해명했다.

 

이쯤되면 참으로 대단한 언론이다 싶어진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있다고 휘갈겨 쓰여진 괴텐의 범죄 전력 역시 과장된 것이었다.

아, 1974년도의 기레기들을 보다니... 참 속이 편치 않다.

 

수요일 밤 파티에서 한 남자를 만나고, 나흘 후인 일요일에 기자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백한 카트리나 블룸.

그 나흘... 짧다면 짧은 그 나흘 동안, 카트리나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세월을 부정당했고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 당했다.

이 부당한 폭력 앞에 선 그녀의 선택...

극단적인 선택이었지만, 그녀를 탓할 수는 없을 듯 하다.

 

- p. 42

더는 안 돼. 더는 안 된다고요. 그자들이 이 아가씨를 끝장내고 말 거야.

경찰이 안 그러면 <차이퉁>이 그럴 거예요.

<차이퉁>이 그녀에 대한 흥미를 잃으면, 사람들이 그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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