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김성원 지음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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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은 따뜻하다. 뻔하고 식상한 멘트 아닌가 싶다가도, 그 문장들을 소리내어 읽어보면 마치 내 옆에서 등을 토닥이는 것처럼 몸을 감싸온다.

 

책은 4개의 part로 나누어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준다.

1) 관계 속에서 허덕일 때

2) 서서히 일어나 미소를 지었다

3) 내가 사랑하는 것들

4) 책과 라디오와 글쓰기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아니 굳이 사회생활이 아니라 학교나 보통의 생활에서도 분명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한두 번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그냥 넘길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자주 봐야하는 사이라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속상한 일들을 겪었을 때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일들도 분명 여러 번 있을 것이고.

작가는 이런 이들에게 자신의 경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지를 말해준다.

예를 들어, "우리 인류 전체의 삶이 어느 거대한 소설의 일부라고 생각해보자. 이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는 선은 한 번에 쉽게 이기고 악은 단번에 지는, 단순하고 빤한 플롯을 결코 구상하지 않는다.(p. 24)"라는 문장이 있었는데, 이런 "의도의 역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그냥 괜찮아질거야라는 문장보다, 더 힘이 난달까. 

 

타고난 긍정전문가인 작가는 대학 3학년 때 몸이 아파 휴학을 하게 되었고 건강이 좋아지지도 않아 인생이 끝났다는 절망에 빠졌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때 찾아온 선배 언니들의 농담 섞인 위로가 오랜만에 자신을 웃게 했다고 했다.

"농담에 이렇게 큰 감동이 담길 때가 있다. 농담은 팽팽한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하고, 나에게 일어났던 일처럼 독특한 방식으로 용기를 주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희망을 볼 수 있다.(p. 46)"

어쩌면 늘 농담만 할 수는 없지만, 힘든 시기에 가끔은 농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로 섞인 가벼운 농담이 웃음을 찾아주고, 그 웃음이 잃어버린 긍정과 여유를 찾아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책 제목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를 곰곰히 살펴 본다. 맨땅에서도 잘 넘어지는 나, 성인이 되어서도 매번 넘어져 무릎을 긁히고 피가 나서 밴드를 큼지막하게 붙이고 다니는 나, 그런 나를 또 곰곰히 생각해 봤다.

작가는 "넘어지지 않을 수는 없지만,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근육의 힘은 키울 수 있다. 넘어짐과 일어섬의 과정을 통해, 이전의 나보다 더 큰 사람이 되어간다"라고 했다.

그래,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처럼 넘어지면 아프다고 울거나 엄마를 찾거나 하는 일은 이제는 없다. 다만 누가 볼까봐 빨리 일어나 아무일 없던 듯이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간다. 그리고 집에 가서야 내 무릎의 상처가 보이고 아픔도 느껴진다.

아픔마저도 꼭꼭 봉인하고 내 속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너무 단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러다 작가의 다음 문장이 마음을 온통 흔들고 감싼다.

"하지만 넘어질 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으니 그래도 인생은 좋은 것이다.(p. 89)"라는.

아무렴, 인생은 좋은 것이지. 생각해 보면, 무릎의 밴드를 보거나 얼굴이 약간만 창백해져도 나의 상태를 알아채주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다. 걱정스러운 눈길로 괜찮냐고, 나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넘어지고 상처받더라도, 지금 우리의 인생은 바닥에 쏟아진 퍼즐처럼 완성된 모습이 아니기에 내가 경험하고 느낀 많은 감정들은 먼 훗날 완전한 나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복잡한 인생 같지만, 꾸준히 치지지 않고 나아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에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 나를 대신해서 울어줄 사람들도 있다. 나 역시도 그들에게 힘이 되어줘야겠지만.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고 싶다는 작가, 그녀의 따뜻하고 진심어린 문장이 자꾸만 맴돌 것 같은 밤이다.

 

- p. 238

그래서... 먼 훗날... 우리가 서로 다른 자리에 있더라도...

이 음악들을 들을 때마다...

다시 반짝이는 이 순간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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