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시간 오늘의 젊은 작가 5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란 자꾸 변한다. 새로운 것이 생기기도 하고, 또 없어지기도 한다. 소설의 제목인 <도시의 시간>이란 건, 이렇게 도시가 변해가고 새로워져 가는 시간 속에 한때 발 딛고 살았던 어떤 시절의 이야기이긴 걸까?

사실 나는 내용에 대한 어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책을 펼쳤다.

 

책의 시작, 1954년에 태어나 1976년 '돌핀(Dolphin)'이라는 음반을 발표한 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한 채 잊혀졌다가 2000년대 초입 음반이 재발매된 "제니 준 스미스"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대구에서 만난 네 명의 청춘, '배정', '나', '우나', '우미'가 등장한다. 대구에서 태어나 자란 사수생 배정, 배정과 같은 학원에 다니는 고등학교 중퇴생 '나', 그리고 일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한국으로 오게 된 '우나'와 '우미'는 나이는 좀 달랐지만 친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정은 우미를 좋아하고, 나는 우나와 친하게 지낸다. 물론 서로서로 다 친하긴 하다.

우나와 우미는 자매지만 성격은 조금 다르다. 우나는 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우미는 밖으로 많이 나간다. 그래서 아는 사람도 많고 아는 장소도 많다.

우나는 책의 시작에 등장했던 '제니 준 스미스'를 좋아한다. 그녀에 대해 남겨진 정보가 크게 없음에도 여러 방법을 통해 준에게 더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공부한다.

우나에게 처음 준의 음악을 알게 해 준 건, 바로 그녀의 아버지 '송주영'이었다. 음악을 즐겨 듣던 송주영은 준의 음반을 우나에게 들려 주었다. 그리고 어느 날 집을 나간 후 행방불명된 상태였다가 놀이터에서 얼어 죽은 채로 발견된다.

 

- p. 103

송주영은 우나에게 준을 남기고 갔다. 남기려고 애를 쓴 것은 아니다. 오래 함께 살면 무얼 남기려고 하지 않아도 많은 것들이 붙어 섞여 묻어 있게 될 것이다.

우나가 아는 준은 모두 송주영이 주고 간 것이다. 우나는 그걸 마음에 품은 채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한다.

 

우나는 자신이 어릴 때 생을 마감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혹은 뭐라 명칭하기 어려운 감정으로 '준'의 음악을 매일 듣고, '준'을 매일매일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건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하고 사실은 추억 속에 빠진 채로...?

반면 우미는 조금 더 현실에 발붙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곳을 가는 걸까? 우미 역시 불안정해 보이긴 했지만...?

 

솔직하게 줄거리조차도 쉽게 적어지지가 않는 소설이었다. 내가 태어나 자란 도시 '대구'가 배경이었음에도, 네 사람의 나이가 나랑 비슷한 걸로 보였음에도, 그들의 주고받는 언어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도시의 시간은 흘러갔다. 도시에는 계속해서 아파트가 생겨나고, 한때 새로 개장해서 인파가 몰렸던 쇼핑몰은 이제 파리만 날린다.

도시의 시간은 흘러서, 한때는 늘 함께 붙어 다녔던 그들은 그 시절을 지나서 나이가 들었고, 지금은 함께 있지 않다.

 

- p. 79

나는 지금이 너무 선명하고 아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그림자처럼 벽에 붙어 있어도 모든 것이 선명해.

선명하게 슬프고 아프고 행복하고 즐거워.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지금뿐이었다.

 

작품 해설을 읽고도 제대로 이해가 안 되다니... 아직 난 멀었나 보다.

다만, 나는 그냥 이렇게 이해하기로 했다.

새로 생기거나 혹은 있던 것을 없애 버리거나... 그렇게 도시의 시간은 흐르지만, 그 도시에서 나의 청춘을 함께 하고 내 마음의 모든 것을 붙잡았던 그 시절 느꼈던 선명한 아픔과 행복, 그리고 즐거움은 그 곳에 박제되어 내 마음 속 한 켠에 있을 거라고.

비록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떠나고, 그래서 앞으로 두번 다시 볼 수 없다고 할지라도... 이 소설은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이다.  

 

덧)) 이런 저런 말들을 적었지만, 또 생각해봐도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진 못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읽어보면 그땐 이해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