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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2011년 1월 22일 타계한 박완서 작가님의 9주기를 추모하며, 작가정신에서 그녀의 소설, 산문, 동화에 수록된 서문 및 발문 67편을 망라하여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사실 작가님의 성함이야 모를 수가 없을 만치 워낙 유명하시지만, 이상하게 책을 읽어본 기억은 없다. 방송에서 많이 소개되기도 하였지만, 워낙 자극적인 책을 좋아하던 나였던 터라 작가님의 책을 차일피일 미루지 않았을까 싶다.
우선 조금 놀랐다. '작가의 말'을 엮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훌륭한 한편의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
각각의 글들은 마치 한 편의 에세이 같았다. 해당 책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로서 지향하고자 하는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많아 더 마음이 따뜻해졌다.
일제 시대에 태어나 해방을 맞이하고, 또 6.25.전쟁 발발과 1.4. 후퇴까지... 그야말로 역사의 산증인인 작가님은 자신이 겪은 일을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밖으로 끄집어내어 우리가 생각하고 알아야 할 이야기로 만들어내셨다. 그리고 역사를 딛고 잘살게 된 우리가 추구했으면 하는 모습도 소설 속에 녹여 내셨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개정판 서문 작가의 말에서, "안일주의의 무자비한 '모르는 척' 등을 집요하게 드러내 보인 건 작가의 몫이었지만, 독자의 몫은 그것을 넘어서 정말 있어야 할 삶의 모습을 꿈꾸는 것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게 나의 꿈이다."라는 부분을 읽고, 작가와 독자의 몫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작가님이 쓴 동화에 대해서는 사실 알지 못했는데, 꽤 여러 편의 동화를 쓰셨더라. 작가님은 손자에게 들려 주려고 동화를 만들었다며 읽는 사람들에게 "어린 날에 받았던 사랑의 기억처럼 아련히 떠올라 위안과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휘청거리는 오후> 부분을 읽다가 이 소설이 신문소설로 매회 독자로부터 상당한 간섭을 받았다는 걸 보고는 웃음도 났다. 요즘 드라마를 보고 네티즌들이 출격하는 모양새와 같이 예전에도 소설에 간섭하는 광팬, 아니 광독자들이 존재했구나 싶어 말이다.
하지만, 글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박완서 작가님은 매사 겸손하고 따뜻했다. 책을 낼 때마다 출판사 직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책이 혹여나 활자 공해가 되지는 않을지, 출판사에 누를 끼치지는 않을지를 걱정한다.
그리고 소설 속에 삶을 대한 반성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꿈꾸는 지극히 보수적인 이야기꾼이셨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p. 139)"라고 말했던 작가님.
이제는 그녀의 새로운 문장은 볼 수 없지만, 여전히 이렇듯 남아있는 문장으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된다.
올해는 차근차근 박완서 작가님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 그녀가 건네는 따뜻한 문학의 힘을 나도 느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