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낭자 뎐
이재인 지음 / 연담L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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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재밌다. 로맨스도 있고, 판타지도 있고, 미스터리도 있다.

주인공들도 매력적이다. 제사를 주관하는 귀비의 아들로 천한 무당의 피를 이어받았다 하여 반쪽짜리 왕자로 불리는 비운의 왕자 무영과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갓난아기 때부터 무영이 돌보는 해랑이 좌포청 종사관 최주혁과 우포청 종사관 강수환과 함께 한양 내에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새로운 왕 이광이 즉위하고, 궁에는 피바람이 몰아친다. 왕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후궁들을 죽이고 그 자식들은 유배보낸다. 그리고 삼년 전 궁을 떠난 자신의 이복형제인 무영을 궁으로 불러들인다.

무영은 선왕과 귀비의 아들로 사령을 볼 줄 알았다. 무영과 함께 온 해랑 역시 사령을 볼 줄 알았고, 사람들 역시 이들의 능력을 알고 있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고 얼마 후 광통교에서 여인의 시신이 떠올랐고, 시신을 검안한 검험의관 공씨는 그 날 이후 꿈자리가 뒤숭숭하여 무영을 찾아와 하소연한다.

광통교는 이 사건이 있기 전부터 귀신이 나오는 다리라고 하여 해가 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었고, 광통교 인근에 점포를 둔 상인들마저 겁을 먹고 무영을 찾아온다.

한편, 인근 동네에서는 부녀자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결국 광통교에서 발견된 여인과 실종된 여인이 동일인물임이 밝혀진다.

피해자를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

 

장마가 끝나고 찾아온 무더위, 많은 상인들이 물을 긷는 피마길 우물에서 죽은 사람이 둥둥 떠오른 채 발견된다. 이후 폐쇄된 우물물이 밤이면 붉은 빛으로 변하고 그때마다 근방에 피비린내가 진동한다는 흉흉한 소문도 떠돈다.

임금에게 사건 해결을 명 받은 무영은 해랑과 함께 우물을 찾아가고 그 곳에서 악귀가 된 피해자의 사령을 만난다. 혼이 남긴 흔적을 따라 조사를 시작하는 무영과 해랑, 그들은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외에도 여러 기괴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무영과 해랑은 좌포청 종사관인 주혁, 우포청 종사관인 수환을 도와 사건 해결을 돕는다.

 

이야기는 한양에서 일어나는 여러 미스터리하고 기괴한 일들의 배후에 한 사람을 지목하며 흥미를 더해간다.

거기에 무영이 한양을 떠나게 만들었던 사건과 관련한 숨겨진 진실과 배후까지 드러나며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지닌 방탕하고 심보 고약한 왕, 왕의 곁에서 비위를 맞추며 충성하는 듯 하지만 비밀을 지닌 응족 수장 민도식, 무영과 해랑에게 잘 해 주지만 속을 알 수 없는 셋째 왕자 진원대군까지 주인공에 대응하는 세력들은 막강한 힘을 지녔다.

무영을 물심양면 돕는 정 행수, 그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배후에까지 다가가려는 주혁과 수환은 무척 믿음직스럽다.

 

로맨스 있다. 무영이 한양을 떠난 이유, 그럼에도 무영과 해랑 사이의 미묘한 마음들이 "제발 사랑하게 해 주세요..."를 마음 속으로 외치게 한다.

판타지 있다. 무영과 해랑이 사령을 볼 줄 안다는 것 외에도, 이 소설에는 '사람이 아닌 것'이 등장한다. 바로 민도식을 비롯한 응족, 그리고 호족이다. 민도식의 응족은 매, 호족은 호랑이가 본연의 모습이다.

미스터리 있다. 한양에 기괴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 뒤에 있는 큰 범인을 결국 잡는 이야기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무영, 해랑, 주혁, 수환은 오늘날과 비슷하게 검시 결과와 증거물 등을 토대로 범인을 추적해 나간다. 어떤 독자의 말처럼 조선판 CSI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역시나 재미있는 소설은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어떨까, 를 늘 생각하게 한다. 이 소설 역시 그렇다.

남장 여자인 해랑(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다들 여자인 줄 알지만... ^^ 실제 주혁과 수환도 이미 일찍 눈치챈 듯~), 비밀을 간직한 깊은 눈매를 지닌 비운의 왕자 무영, 그리고 우직한 주혁, 장난끼 많은 수환, 빼어난 외모를 지닌 셋째 왕자 진원대군, 강인한 인상에 카리스마 작렬한 왕 이광, 나쁜 놈 민도식, 뛰어난 검험의관 공씨 등등 매력적인 캐릭터도 한가득이다.

 

조금은 색다르면서도 익숙하고,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진지한 듯 하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호랑낭자 뎐> 한 번 읽어보시길...

난 조만간 또 가상 캐스팅 하면서 이 책을 음미해 볼 듯 하다.^^

 

덧)

작가님의 작명 센스!! 책 속에서 '마음이 없는 자들'을 '사이고배수'라는 표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바로 '사이코패스'를 저렇게 표현한 거였다.

 

p. 495

어떤 일들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간혹, 너무 정교하게 쌓아 올린 것들은 미세한 틈만 생겨도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는 법이다.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던 아주 사소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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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들은 아주 작은 단서에서부터 실마리를 잡게 된다. 튀어나온 조각들은 또다시 저들끼리 아귀를 맞추어 증거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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