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2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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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어떤 책을 계기로 중국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현대극이 아닌 시대극이었음에도 재기발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나의 마음을 끌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 뒤로도 매력 뿜뿜 넘치는 중국소설이 없나 살피던 찰나, 내 눈 속에 들어온 이 아이, 바로 《향밀침침신여상》이다.

"달콤한 향기는 여울지고, 사랑은 재로 남아 흩어지네"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중국어를 너무 모르니... 흠흠... ^^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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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은 공감가지 않는 금멱 때문에, 그런 금멱으로 인해 이리저리 휘둘리는 걸로만 보였던 욱봉과 윤옥이 안타까워서, 고구마를 열다섯 개 정도 삼킨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그리고 약간은 강하게 자신을 어필하고 다가가는 욱봉의 모습도 잠깐씩은 좋지 않게 보였다. 결국 자신의 아버지인 '천제'가 '재분'에게 한 짓과 무엇이 다르냐며,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냐 라는 생각이 목구멍을 간지럽힌 순간이 있었다.

 

2권의 초반에서도 금멱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아예 대놓고 욱봉에게 "내가 시집가고 싶은 상대는 오로지 당신뿐이라고요. 왜 그런 심술 맞은 소리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하죠?(p. 51)"라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나도 모르게 - 왠 개풀 뜯어먹는 소리?- 라고 메모를 해 버렸으니...

그러나 나는 금멱을 오해했다. 나도 모르게 - 금멱아, 미안하다... - 라고 말해버렸다.

 

2권의 초반, 금멱의 아버지인 수신이 '홍련업화'로 인해 사망하고 금멱은 수신을 죽인 사람이 욱봉이라고 믿게 된다.

금멱과 윤옥의 혼인날에 윤옥은 역모를 일으키고, 욱봉은 윤옥과 대치하면서 금멱을 자신의 뒤에 숨긴다. 그리고 금멱은 욱봉이 자신에게 등을 보인 순간,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수신의 영력 절반이 들어있는 '유엽방도'로 욱봉의 등 중앙을 찌르고, 욱봉은 그렇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금멱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금멱은,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금멱은, 일부러 욱봉을 유혹해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 했던 것이었다.

 

욱봉 :

나를... 사랑한 게 아니...었어?

한시도...? 어느 한순간도?

금멱 :

사랑, 그게 뭔데요? 나는 그런 거 몰라요. (p. 67, 68)

 

 

 

 

그리고... 금멱은 욱봉이 죽은 후에야 그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가 없다는 사실에 지독한 통증이 엄습하고, 심장이 떨어졌다며 울부짖는다. 망천에 뛰어들어 욱봉의 혼백을 부르짖기도 한다. 너무도 뒤늦게 깨달은 사랑...

 

- p. 77

내 눈물은 이제 밖으로 나오지 않고 안으로만 역류한다. 그 눈물은 심장이 사라진 내 가슴 빈 곳으로 역류해 강이 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넘실대며 나를 온전한 슬픔 속에 가두어 버렸다.

 

- p. 98

못 잊겠어요.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아요.

눈을 감으면 욱봉이 보이고, 눈을 뜨면 또 욱봉이 보여요. 그럴 때마다 너무 괴로워 미쳐 버릴 것 같아요.

 

다행히 욱봉의 혼백이 남아 있어 그를 되살릴 수 있게 되지만, 살아난 욱봉에게 금멱은 그저 자신을 죽으려고 한 원수일 뿐이었다. 마계에서 세력을 키운 욱봉을 보기 위해 금멱은 윤옥 몰래 마계를 찾아가고, 그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위기를 겪고서도 그에 대한 마음을 놓지 못한다.

 

이제서야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고 품게 된 금멱이지만, 욱봉은 예전의 욱봉이 아니었다. 그는 이제 금멱에게 사랑의 말을 속삭이고 사랑의 눈길로 쳐다보던 예전의 욱봉이 아니었다.

 

너무나 뒤늦게 깨닫게 된 사랑, 사랑하는 서로를 바라봐야 하지만, 그의 눈은 금멱을 향해 있지 않은 듯 하다.

운단도 막을 수 없었던 운명같은 그들의 사랑이었건만, 금멱과 욱봉의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지...

 

금멱이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후부터는 책에 너무 집중을 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금멱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우면서도, 그런 금멱을 바라보는 윤옥의 모습 또한 안타까워 쉽사리 누구의 마음을 응원해야 할 지 힘들었다.

 

후에 수신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고, 윤옥의 눈처럼 깊고 깊었던 그의 속내도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물도 핑 돌았다.

아, 나 로맨스 너무 좋아하나봐... ㅜㅜ

 

끝이 좋으면 다 좋아요, 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나에게 많은 고구마를 먹였지만, 뒤로 갈수록 내 마음을 흔들어 버린 책이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나오는 외전 4편마저도 재미있어서, 마지막까지 만족스러웠다.

 

다음 번엔 또 어떤 중국소설이 내 마음을 흔들어줄까?

 

- p.173

그런데 누가 알았겠나?

두모원군의 운단조차도 사랑이라는 독하디독한 감정을 끊을 수 없고, 누군가를 향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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