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밀침침신여상 1
전선 지음, 이경민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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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어떤 책을 계기로 중국 소설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현대극이 아닌 시대극이었음에도 재기발랄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나의 마음을 끌기에 너무나 충분했다.

 

그 뒤로도 매력 뿜뿜 넘치는 중국소설이 없나 살피던 찰나, 내 눈 속에 들어온 이 아이, 바로 《향밀침침신여상》이다.

"달콤한 향기는 여울지고, 사랑은 재로 남아 흩어지네"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중국어를 너무 모르니... 흠흠... ^^

중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의 원작소설이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금멱은 화계 화신 재분의 딸로, 재분은 금멱이 태어나자마자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게 하는 운단을 먹인다.

자신이 사랑으로 인해 죽음을 맞게 되자, 그녀의 딸인 금멱은 그런 사랑하는 감정의 위험으로부터 지키고자 한 것이었다.

금멱은 자신의 출생에 대하여는 모른 채로, 자신을 포도 정령으로 알고 높은 영력을 쌓는 것이 최대 목표인 소녀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날, 천계의 둘째 아들인 욱봉이 열반중생 중 다친 채로 화계로 떨어진다. 금멱은 욱봉의 전신인 봉황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까마귀가 다친 걸로 알고 비료로 쓰겠다며 그를 묻어 버린다. 그 후 금멱은 결계가 단단한 화계로 떨어진 까마귀가 보통의 까마귀가 아닌 걸로 추측하고 까마귀의 내단을 취하려고 다시 꺼내어 꿀을 먹이고 그를 살려낸다.

욱봉의 모습으로 변한 그에게 금멱은 은혜를 갚으라며 자신을 천계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금멱은 운단을 먹고 사랑의 감정을 모른 채 화계의 수경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어 다른 세계가 궁금했었다.

 

천계로 간 금멱은 욱봉의 서동으로 그의 곁에서 지낸다. 그러다 욱봉의 배다른 형인 야신 윤옥, 숙부인 월하선인 등을 알아가며 천계에서 나름의 생활을 해 나간다.

 

금멱은 야신 윤옥과 혼인을 약속하게 되고, 욱봉은 금멱을 사랑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사랑의 감정을 알지 못하는 금멱과, 그녀를 사랑하는 이복형제 욱봉과 윤옥...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사실 1권의 내용은 좀 어이없다 생각되는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라는 말은 못하겠다.

책을 읽기 전만 해도, 금멱이 사랑의 감정을 모를 뿐이지 밝고 이지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사랑 앞에서는 차가울 수 있지만, 사랑에만 차가울 뿐 눈치 빠르고 똑똑한 그런 소녀 말이다.

그런데, 1권에서의 금멱은 아무리 좋게 말해도 머리는 좋지 않은 듯 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외모에 밝고 명랑한 성격을 가졌지만, 민폐 캐릭터의 냄새가 많이 난달까...

자신이 자란 화계 이외의 세상을 모른다지만, 욱봉의 진신인 봉황을 까마귀로 보고 윤옥의 진신인 용의 꼬리를 물고기 꼬리로 착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화계를 떠나 천계로 온 후에 까마귀가 정령을 납치해서 화계와 조족 사이가 틀어진 일을 귀로 듣고도 자신의 일임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또, 욱봉이 마계로 간다라고 하자 몰래 포도로 변해 소매 속에 숨어 따라가질 않나, 그 곳에서 세상을 어지럽힌다고 욱봉이 조롱박에 봉인해 둔 궁기를, 내단을 취하겠다는 목적으로 풀어줘서 욱봉을 다치게 만든다.

이런... 또 있네. 나중에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에도, 그걸 빌미로 영력을 더 받아낼 수 있겠다라고 좋아한다.

너무나 맑고 맑아서 세상천지 분간을 못하는 건가, 거기다 왜 그리도 영력 타령인지...

이 정도 되면, 사랑을 느낄 수 없게 만드는 '운단'이 아니라 그냥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되는 '운단'이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이 없어서 겁도 없는 것이냐?" (p. 129)

 

진심 나도 같은 생각입니다... 탕탕탕!!!

아무래도 나는 독립적이고 똑똑한 여주 캐릭터를 좋아하나보다...ㅎ

나를 중국소설의 늪에 빠뜨렸던 그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2권은 더 재미있길 바라고 바라며, 1권을 덮는다.^^

2권에서는 금멱이 더이상은 두 남자의 마음을 갈팡질팡하게 만들지 않기를... 뭔가 노선을 정해 주기를... 그래서 둘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

(표지의 그림이 이미 욱봉과 금멱의 모습이라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려나... '어남욱'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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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353, 욱봉

내가 고작 이 깃털 하나만 네게 주었을 것 같아?

정녕 이것을 돌려주고 싶다면 그때 내가 이 깃털과 함께 준 것도 돌려줘.

 

- p. 382, 부처님

사랑하니 고뇌가 생기고, 사랑하니 두려움이 생기느니라.

그러니 사랑하지 않으면 고뇌도, 두려움도 자연히 없을 터다.

 

p. 439, 윤옥

나를 깊이 사랑해 달라는 말은 감히 하지 않을 거요.

그저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를 사랑해 주시오. 하루가 쌓여서 달이 되고, 달이 쌓여 해가 되고, 해가 쌓여 일생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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