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살인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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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가지 의혹도 하나의 증거는 될 수 없다.


-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중에서 -


책을 다 읽은 후에 잠시 멍해졌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중간중간 받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었다.

'이치로이 고즈에'는 1997년 11월 6일 밤에 괴한의 침입을 받아 죽을 뻔 했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범인에게 타격을 입혔고 살아났다. 괴한은 도망쳤고 경찰들은 주변을 탐문했지만 범인을 찾지는 못했다.

고즈에의 증언과 범인이 떨어뜨린 학생수첩을 근거로 범인은 고등학생인 '구츠와 기미히코'로 밝혀지지만, 그는 이미 사건 발생 전인 2월 15일부터 가출 혹은 실종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학생수첩에 적혀 있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첩에는 고즈에를 포함한 4명의 이름, 나이, 직업, 연락처 등과 함께 살인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그것이 실제 발생했던 살인사건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용의자인 구츠와 기미히코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는 가운데 사건은 해결되지 못한 채 4년이 흘렀다.

그리고 2001년 12월 31일, 고즈에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미스터리 창작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교류 겸 스터디를 위한 모임인 '연미회' 사람들 5명이 모인다.

사실 고즈에가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범행 동기였다. 자신은 구츠와 기미히코와 일면식도 없었기에 왜 타깃이 되어야 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지금 범인에게 직접 그 동기를 들을 수는 없으므로 연미회 사람들의 추리에 기대를 품게 된다.

이 날 모인 연미회 사람들은 미스터리 작가, 사립 탐정을 하는 전직 경찰, 범죄 심리학자 등이었는데, 유명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어 고즈에는 이번에야말로 동기를 알 수 있으리란 큰 기대를 갖는다.

각 탐정(멤버)들은 사건 자료 혹은 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을 근거로 자기만의 추리를 펼친다. 누군가의 추리쇼가 끝나갈 즈음엔 기존의 추리를 뒤집는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또다른 누군가의 추리쇼가 시작된다.

고즈에의 입장에서 그들의 추리는 저런 부분까지 생각을 하다니, 라며 놀라는 부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우연에 의지해서, 또는 약간의 억지를 붙여 추리쇼를 펼친다. 우리가 생각하는 능력있는 탐정은 사소한 우연에 의지하지 않고 작은 빈틈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인과관계를 따지는데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범인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었다. 사실 책을 읽다가 몇 차례 위화감을 주는 문장들을 느꼈는데, 그래도 이런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친구 뭔가 이상하다, 싶은 그런 기분은 분명 느꼈는데 말이다.

요즘 세상에는 동기도 이유도 공감이 가지 않는 사건들이 많다. 이 책 역시 그런 의미에서 범인(들)의 살해 동기를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런 범죄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기에 그저 소설 속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만도 없다. 

 

다 읽고 나니, 무섭고 끔찍한 제목 <끝없는 살인>의 의미가 크게 와 닿는다. 아직은 끝난 게 아니야... 란 섬뜩함을 던져주는 제목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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