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난을 상품화한 여행 상품을 파는 '정글'에서 여행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요나',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일하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 직장에서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었다. 회사에서의 위치를 잃은 퇴물들만 성추행 대상으로 삼던 상사 '김'이 그녀를 노골적으로 성추행하고 기획업무에서 빼고 신입들이 할 만한 허드렛일을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오랫동안 근무해 온 회사에서 더 버티려 했지만 지쳐버린 요나는 사표를 내고, 김은 휴가 처리를 해 주겠다며 회사에서 검토중인 여행 상품 중 하나를 다녀와 머리도 식히고 상품의 존폐여부도 결정하라고 한다.

그렇게 요나는 '사막의 싱크홀'이라는 상품을 선택하고 '무이'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무이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공항으로 가던 날, 요나는 전날의 과음으로 인한 숙취로 기차의 다른 칸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고 그 사이 기차의 칸이 분리되어 일행들과 떨어진다. 요나는 전혀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곳에서 배터리마저 간당간당한 휴대폰으로 '폴'을 찾으라는 문자를 받고 여차여차해서 다시 원래의 무이로 돌아오게 된다.

직장에서의 성추행, 머리를 식히기 위해 떠난 여행 등 이야기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이 어느 정도 나왔다고 여겼고, 그래서 그런 요나의 여행과 심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겠거니 생각했다.

아뿔사, 완전한 나의 착각이었다.

본격적인 소설은 어쩌면 요나가 일행들로부터 이탈해 다시 무이로 돌아와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았다.

무이의 유일한 리조트인 '벨에포크'의 매니저는 요나에게 리조트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지만, 요나는 외출했고 일행들과 여행자로서 보냈을 때와는 다른 마을의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한다. 거기다 트럭이 사람을 치고, 다시 밟고 가는 모습을 목격한 요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요나가 정글 여행사의 직원인 것을 알게 된 매니저는 한가지 제안을 한다.

재난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떨어진 무이를 다시 재난의 한가운데에 두어 새로운 재난 여행지로 만드는 것.

재난이라는 건 그냥 찾아오는 것이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라고 보통 생각한다.

그런데 이들은 그 재난을, 싱크홀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피해자를 만들고, 그 안에 감동적인 스토리를 입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 p. 122

재난은 그저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다. 어느 날 발밑이 갑자기 폭삭 무너지는 것처럼 우연이라기엔 억울하고 운명이라기엔 서글픈, 그런 일.

그런데 그런 일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 p. 129

진짜 재난이 뭔 줄 아십니까?

바로 재난 이후의 상황입니다. 그때 삶과 죽음이 또 한 번 갈라니까요.

재난 이후에 올 진짜 재난에서 최대한 무이를 살리는 것, 그게 고요나 씨의 몫입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타인들에게 더 감명을 주기 위한 재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고, 누군가는 그 재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을 짜고, 누군가는 인위적 재난을 위한 피해자들을 트럭으로 치어 죽인다.

재난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불필요한, 쓸모없는 주민들은 시나리오에서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하고 남자1 혹은 여자1, 대사조차 없는 악어1 등으로 불리며 계획된 재난의 날에 던져진다.

다행이랄까(사실은 다행은 아니지만), 이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위장된 재난을 만들려던 그들의 계획은 거대한 자연의 힘, 진짜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는 없다.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직장 내 문제와 휴식을 위한 여행에서 시작된 요나의 무이에서의 생활은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타인의 재난을 대하는 보통의 사람들의 심리에 약간은 뜨끔했고, 거대한 재난 프로젝트를 계획하며 많은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들의 극악한 이기심에 놀랐다. 그리고 사람들은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결국은 하찮은 존재일 뿐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