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 매기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8
김금희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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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과 매기의 사랑을 어떻게 말해야 할까?

일반의, 상식의 눈으로 그들을 간단히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해도 되는 걸까?

프라이빗한 사랑이라도 세상에 당당하게 '쇼잉'할 수 없는 그들의 연애는, 왜 이리 애잔하고 먹먹한 마음이 드는 걸까...

- p. 60

매기와 나와의 관계에서 선택이란 가능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빗물처럼 손바닥을 적시듯 매기가 내 인생으로 툭툭 떨어져 내렸다는.

재훈과 매기는 대학 시절 연인이었으나 재훈이 군대를 간 이후 헤어지게 되었고, 14년 정도가 지난 이후에 재회하게 된다.

이미 결혼을 해서 남편과 아이가 있는 매기와 재훈은 다시 육체 관계를 가지는 사이가 되고, 재연배우인 매기는 육지로 촬영을 올 때마다 재훈의 방에서 묵고 간다.

혹여나 재연배우인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몰라 매기는 밖을 다닐 땐 재훈과 거리를 두고 걷고, 당당하게 자신의 연애와 사랑을 드러내고 싶은 재훈은 그런 매기가 야속하고 서운하다.

그렇게 그들의 사랑은 유지되는 듯 하다 거리를 두고, 또 유지되는 듯 하다 결국엔 끝을 맺는다.

사실은 소설의 줄거리를 어떻게 써야할 지 잘 모르겠다.

재훈은 대학에서 매기를 만나 친해지고 사귀게 된 상황, 그 뒤 매기와의 연애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끄집어낸다. 그러나 정당한(어찌되었든 우리나라는 일부일처제이고, 재훈과 매기마저 당당하지 못한 연애였으므로) 연애가 아니다보니, 그들 사이의 에피소드는 사랑의 무한한 행복이나 기쁨을 보여주기보다는 조금 먹먹하다.

재훈이 세 들어 살던 2층집에서 사랑을 나눌 때 풍기는 1층 레이디치킨의 기름냄새, 여의도의 유명한 복집에서 정작 매기와 매기의 친구가 회덮밥을 먹었던 이유, 문자나 연락처 등을 정식 이름으로 기재할 수 없어 만든 '매기'라는 별명, 재훈이 '매기'라는 별명을 그녀에게 지어준 순대국밥집 등등 흔한 맛집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자신들의 연애를 마음껏 드러내고 즐기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면, 결국은 이렇게 끝이 날 연애가 아니었을까...

책을 읽어가면서도 이들의 연애가 끝끝내는 행복해지겠지, 라는 생각이 든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 p. 112

나는 우리가 자꾸 어긋나고 상대를 향한 모멸의 흔적을 남기게 된 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고 매기에게 말하고 싶었다.

그냥 그것은 시작과 동시에 숙명처럼 가져갈 수밖에 없었던 슬픔이라고.

그러니까 우리가 덜 사랑하거나 더 사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랫동안 지속되었고 서로에게 생채기만 낸 것 같은 아픈 사랑이었지만, 누군가를 가슴에 품고 사랑한 행위가 스스로를 예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성장시킨다면... 어쩌면 재훈과 매기에게 있어 함께 한 사랑의 추억은 오래도록 그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다.

- p. 124

어쩔 수 없이 손가락들이 스쳤다. 나는 그것을 주고받았을 때의 느낌을 아마 긴 시간이 흘러도, 어쩌면 매기와 관련한 기억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로 가져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어디에도 미뤄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매기에게도 정권에게도 이 세상이나 어느 사랑에게도.

아무리 동산 수풀은 사라지고 장미꽃은 피어 만발하더라도, 모두 옛날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시간이 지나 나의 사랑, 매기가 백발이 다 된 이후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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