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선서 법의학 교실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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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치리 월드를 통해 많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났다.

이번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에서도 눈에 띄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 '미쓰자키 도지로' 교수님이다. 나는 왜 깐깐하고 자기 주장 확실한 캐릭터를 좋아하는지... 내가 그런 성격이 못 되어서인가보다.

여튼 각설하고, 역시나 이번 시리즈도 좋았다.

쓰가노 마코토는 내과 지망이지만, 쓰쿠바 교수의 지시로 법의학 교실에서 임상 연수를 받게 된다.

법의학 교실의 미쓰자키 교수는 법의학 교실의 터줏대감이자 천상천아 유아독존의 성격으로 실력은 월등하지만 성격 탓에 대학 내에서 그를 꺼려하는 이들도 있다.

마코토는 그렇게 법의학 교실에서 연수를 시작하고, 곧이어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여 시신을 직접 보고, 이후 부검에도 참여하게 된다.

- p. 56

마코토는 왠지 경건한 기분이 들었다.

눈앞에서 노교수가 말없는 죽은 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메스와 자신의 오감을 총동원해 외부에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

아마 같은 길을 걷는 캐시조차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고테가와나 자신에게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서는 총 5건의 사건이 나온다.

강 가에서 술에 취해 잠들어다가 동사한 남성,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차에 부딪혀 사망한 여성, 시합 중에 방파제에 충돌해 죽은 경정 선수, 미코플라스마 감염에 의한 폐렴을 앓다가 병세가 호전되었지만 갑자기 호흡곤란으로 사망한 마코토의 친구, 복막염으로 입원해 있다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사망한 소녀의 이야기 등 처음에는 사건과 관련이 없는 그저 사고로 보이는 건들이었다.

그러나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으로 이 건들이 단순 사고라고 하기에는 다른 상황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그 모든 건들의 이면에 하나의 커다란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 나중에 드러난다.

마코토는 처음 법의학 교실에 올 때만 해도 살아 있는 환자를 치료하여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는 시신을 부검하는 것이 의사의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단순히 법의학이라는 것은 죽은 자를 위한 학문이고, 범죄 수사에 이바지하는 학문 정도로만 생각했다.

또 친구 유코의 부검을 감행하려는 미쓰자키 교수에게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사건을 접하고, 그리고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을 통해 부검이 없었다면 드러나지 못했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부검이라는 것이 죽은 자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 외에 산 자를 구할 수도 있는 학문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 p. 315

늘 언짢은 표정에 말투도 거칠어서 진의를 확인해 본 적도 없다. 온화함과는 거리가 멀고 정이 많은 성격도 아니다. 오만불손하다는 표현이 그야말로 잘 들어맞는다.

그러나 결코 부끄러움을 모르는 인간은 아니다. 그건 마코토도 단언할 수 있었다. 그저 부끄러움의 개념이 다를 뿐이다.

- p. 317

살아 있는 인간은 거짓말을 하지만 시신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지.

살아 있는 인간은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말을 하지.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조직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때로는 당당하게 거짓말을 내뱉기도 해. 특히 책임을 지면 질수록 그런 막다른 골목에 내몰리지. 그 속박으로부터 나도 자네도 벗어날 수 없네.

우라와 의대 법의학 교실 시리즈 첫 편인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형사 사건에 있어서의 법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잘 말해준다. 또 법의학을 처음 제대로 접하게 된 마코토가 좋은 멘토를 만나 성장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부검 관련 구조나 예산 등을 언급하며 의료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아마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도 부검과 관련해서는 별로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제한된 부검의에 비해 부검을 필요로 하는 시신들은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 생각된다.

역시나 나카야마 시치리님의 소설답게 책장은 술술 넘어갔고, 개성 강한 미쓰자키 교수님 외에 마코토, 캐시, 고테가와의 캐릭터도 무척 좋았다. 이름만 내내 등장했던 와타세 경부도 너무 반가웠다.

덧.

이 책 이야기를 하다 보니, 미쓰자키 교수님과 드라마 <검법남녀>의 백범 쌤이 은근히 겹쳐 보인다.

백범 쌤 역시 부검을 할 때 어떤 조그마한 부분도 놓치지 않고, 검사와 수사관이 옆에서 재촉을 해도 자신의 의문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조사한다. 국과수 내에 그를 안 좋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그를 믿는 이들은 한정없이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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