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찬호께이 작가님이 호러소설을 썼다? 그동안은 작가님의 <13.67>이나 <망내인> 등 굵직하고 사회성 있는 메시지의 소설을 읽었는데, '호러'라니 어떤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무척 궁금했다.

이야기는 홍콩 문화대학의 기숙사노퍽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홍콩 문화대학의 기숙사는 노퍽관, 버밍엄관,요크관, 랭커셔관 등 4개가 있는데, 그 중 노퍽관은 괴담이 전해 오는 등 여러 소문이 무성한 곳이다.

홍콩 문화대학에 입학하게 된 아화는 기숙사 노퍽관을 배정받는다. 개강 전 기숙사 등록 첫 날에 학교에 온 아화와 친구 위키, 버스는 기숙사 1층 휴게실에서 기숙사에 머무는 다른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휴게실에서 아화, 위키, 버스, 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 아량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노퍽관의 7대 불가사의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아량은 4학년생으로 신입생인 다른 후배들에게 노퍽관의 7개 불가사의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노퍽관이 지어지기 전 이 자리에 있던 이스트베스 저택에 화재가 발생했고, 조사 결과 지하에서 무슨 주술 의식이 있었던 듯 지하 바닥에 마법진 같은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 후 몇 차례 새 건물을 짓고 증축했으나 그 지하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이다.

그렇게 지하실로 가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위키와 즈메이를 제외한 7명은 지하실로 간다.

그리고 지하실의 염소 얼굴이 그려진 마법진의 도안을 보고 그냥 올라오려던 때, 버스가 '초혼 게임'을 제안하고 그렇게 게임이 진행된다. 게임을 하고 아무일 없이 휴게실로 돌아왔고 그렇게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후 기이한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던 칼리가 돌아오지 않자 아묘가 그녀를 찾으러 다녔고, 아화는 칼리는 찾으러 다니는 도중 긴머리를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을 본다. 사실 아화는지하실로 가는 길에도 어린 아이의 모습을 봤고 약간 위화감을 느낀 터였다.

칼리가 샤오완이나 산산에게 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들의 방에도 가 보지만 칼리는 물론이고 샤오완과 산산도 없다. 다시 칼리와 아묘의 방으로 돌아간 아화와 아묘 앞에 책상에 앉은 긴머리 여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 긴머리 여자는 7대 불가사의 중 444호실 이야기 속 여자다. 그렇게 7대 불가사의와 관련한 무시무시한 일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고 희생되는 친구들마저 생긴다.

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

- p. 181

사문은 음기가 가장 강하고 불길한 방향이지. 옛 사람들은 사문으로 장례 행렬이나 잡은 짐승 등만 드나들게 했어. 길하고 좋은 일은 절대 그 방향에서 치르지 않았지.

-

그런데 우린 하필 그 방향을 비워놓고 놀이를 했지. 그 자리에 없는 손님을 초청하는 놀이를.

- p. 185

복도는 어둡고 조용했다. 기숙사 전체가 뭔가에 지배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장기판의 말이 되어 '공포'라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대국은 불공평하다. 우리는 오로지 잡아먹히는 쪽에 놓여 있다.

 

 

노퍽관에 전해지는 7대 불가사의는 다음과 같다.

- 살아 있는 조각상

- 불길 속의 원혼

- 거울에 비친 모습

- 나무에 매달린 시체

- 5층 반

- 방문 세기

- 444호실

아묘와 칼리가 배정받은 방이 '444호' 괴담 속의 실제 방이고, 아화는 거울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 7대 괴담 중 일부를 실제로 보기도 한다.

괴담이 실제 상황으로 이들에게 시시각각 공포로 다가오면서 희생자도 발생하고, 겨우 남아 있는 자들도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다.

이렇게 괴담에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건가, 라는 생각에 안타까우면서도 왜 이들에게만 이런 일들이 생겼을까, 라는 궁금함에 책장을 계속 넘겼다.

분명, 책을 읽는 동안에 위화감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위화감이란 게 그저 느낌일 뿐이라서 이상하다는 생각만 들 뿐 논리적인 설명은 전혀 내 머릿속에서 할 수 없었고, 그 후에는 이들의 위급한 상황에 빠져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하면, 책을 읽는 동안 좀 무서웠다. 집에서 혼자 읽기가 무서워 카페나 도서관을 일부러 찾아가서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 책을 읽었다.

괴담, 특히 학교와 관련된 괴담은 우리도 어린 시절 이것 저것 들으며 자라서인지 좀 더 가까운 공포로 느껴졌다.

이 학교의 불가사의 중에도 있지만,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에도 운동장의 동상에 관한 괴담은 너무도 많지 않았던가?

(밤 12시가 되면 학교 안의 동상이 운동장을 걸어 다닌다든가, 움직인다든가 하는 괴담 말이다.)

두꺼운 책이었지만 단숨에 읽었다. 결론에서 내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리고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곳곳에 존재했던, 하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트릭과 복선을 알게 된 순간에도 "아..."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흔하고 뻔한 학교의 괴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결론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들 저런들 어쩌랴 싶다. 이렇든 저렇든 이 소설은 너무 재미있으니까 말이다.

무서웠지만 그럼에도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는 너무 훌륭한 페이지 터너 호러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 p. 166

그런데 왜 우리 말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을까?

아까 휴게실에서도 우리뿐이었잖아. 이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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