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표지부터 뭔가 섬뜩하고 공포스러운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사형에 이르는 병이란 건 대체 무엇일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24건의 살인을 저지른 엽기살인범 '하이무라 야마토'는 현재 9건의 살인으로 입건되어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되었으나 현재 항소중인 미결수이다.

대학생인 '가케이 마사야'는 어느 날 하이무라 야마토로부터 편지를 받게 된다. 기억을 떠올려 보니 하이무라는 마사야가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 제과점의 주인이었고, 마사야도 그 제과점을 자주 이용했었다. 당시만 해도 연쇄살인마는 커녕 동네에서 좋은 사람으로 통했던 하이무라를 떠올리며 마사야는 그를 만나러 구치소로 간다.

마사야를 만난 하이무라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만, 마지막 건만큼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며 누명을 벗겨줄 것을 제안한다.

- p. 36

그, 아홉 번째 살인.

그건 내가 저지른 범행이 아니야. 그 한 건만큼은 난 누명을 쓰고 있어.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말을 완전히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사건 기록을 살펴볼수록 마지막 사건은 원래 하이무라가 저지렀던 범죄들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과거와 관련된 인물들을 만나며 조사를 시작한다.

- p. 112

당신이 본 하이무라는 어떤 아이였습니까.

하이무라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이무라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불쌍한 사람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그의 과거 범죄를 언급하며 끔찍해 한다.

 

- p. 108

뭐랄까, 그 시절의 아라이 군 같은 편모 가정은 요즘과는 달리 복지의 사각지대에 들어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당시 사회는 아직 약자에 대해 그렇게 자상하지 않았어요. 도움을 주는 사람도 적었죠. 그런 불운 속에서 아라이 군과 어머니는 점점 매몰되어 갔던 게 아닐까요.

그리고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면 할수록 점점 그에게 빠져들고 있었다. 급기야 어느 순간 하이무라처럼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며 범죄를 상상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하이무라는 정말 자신의 주장처럼 마지막 범죄에 대해서는 누명을 쓰고 있는 걸까?

마사야는 과연 하이무라를 벗어날 수 있을까?

마사야는 어린 시절부터 똑똑하다고 인정받고 있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 성적이 점점 떨어졌고, 결국 대학도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곳으로 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언제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고, 마음 속으로는 그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등 부정적인 기운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 하이무라의 편지를 받고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점점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밝은 사람으로 변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의 마음 속에는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상상한다.

처음의 불평불만이 가득한 마사야의 모습도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하이무라에게 점점 동화되어 지나가는 사람을 범죄의 대상으로 보는 마사야의 모습은 끔찍하고 무서웠다. 어째서 저런 마음에까지 동화되어 변해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밝혀지는 진실은 놀라웠고 조금은 끔찍하단 생각까지 들었다. 정말로 기막힌 최악의 연쇄살인마가 탄생한 듯 하다. 많은 연쇄살인마를 책 속에서 만났지만, 최악 중의 최악인 연쇄살인마였다.

문제는,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들고 있다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