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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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난 후에도 잠시 멍하니 있었다.

뭔가 완결되지 않은 느낌에 약간은 찝찝해하며, 또 약간은 의아해하며, 또 약간은 궁금해하며 이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지 또 한참을 생각했다.

책 속에서는 2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홀수 챕터(1, 3, 5)에서는 아내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고, 짝수 챕터(2, 4, 6)에서는 직업이 작가인 남편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 두 화자는 소설의 시작으로선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각자 다른 남편과 아내가 있다는 의미다.

아내...

남편의 건망증이 심해지고 있던 즈음, 남편은 그녀에게 전화를 해서 무언가를 찾는데 그게 집에 없다며 걱정하고 있었다.

남편이 찾던 것은 개. 그러나 정작 그들의 집에서 개를 키운 적은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개를 찾기 위한 전단지까지 만들어 그녀에게 주면서 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그녀는 남편을 위해 전단지 속 사진과 비슷한 개를 사기로 한다.

그리고 그 날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아 회사로 연락을 했던 그녀는 남편이 그 회사의 직원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남편에게 그것에 대해 따지자, 남편은 그녀에게 말한다.

"제발 그만 좀 해. 당신은 지금 아파. 아픈 사람이야. 치료가 필요해. 나도 좀 생각해 달라고.자꾸 이러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너무 지친단 말이야.

당신이 무얼 기억하든 그런 사람은 없어. 연구실 같은 건 없어. 당신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그냥 그것 모두 다 이 소설일 뿐이잖아. 내가 아니라,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 p. 70

나는 오래전 그이가 보았다던 그 고래에 대해서만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게 어쩐지 나를 조금은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었거든요.

그러니까 그날 내가 본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거기에 무엇이 있었든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우리가 그렇게 믿기로 했다는 거예요. 그럼에도 그것이 우리에게 의미가 되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도 그런 게 아닐까. 내 남편을 믿어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요. 그게 오직 나 한 사람분이라는 것도 의심할 수 없을 만큼 분명했습니다.

남편(작가)...

연애 시절, 어려웠던 내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며 배려했던 아내 미양은 조금 달라진 듯 하다.

어느사이엔가 그와 미양과의 사이는 조금 변했다. 다투면서 "당신이 사람을 가장 질리게 하는 점이 뭔 줄 알아?"라고 하거나, 그의 말을 귀찮아 한다.

친하게 지냈던 선배 부부의 새 집을 다녀온 후 미양은 그 집의 가구들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다. 유럽풍 수입 가구점을 다녀오던 길에 미양은 인터넷에서 찾은 게시글을 보여주며 말한다.

"이것 좀 봐. 누가 당신을 찾고 있는데?"

그러고 보면 그는 유독 닮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자신이 가지도 않은 제주도에서 그를 봤다던 지인도 있었고, 출퇴근 지하철이나 번화가 편의점, 혹은 식당에서 자신을 봤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 P. 57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실은, 당신이 모르는 비밀이 있어. 나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하지만 그건 실수였지. 당신에게는 말해줘야 할 것 같았어...

내가 말하면, 그게 무엇이 됐든 미양은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누구보다 미양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그런 일을 저지를 만큼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세상 누구보다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양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일까.

지금 내 감정이 진짜라는 걸, 내 사랑에 하나도 거짓이 없다는 걸, 미양은 그걸 어떻게 아는 걸까.

"지금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지?"

이렇게 각자의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두 화자가 만나는 시점이 발생한다.

어느 날 서점에 간 남자(작가)는 자신을 유심히 바라보는 여자(화자인 아내)와 마주치고, 그녀로부터 그녀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 P. 113

그런데요, 안치소에 누워 있는 그이의 얼굴이 무척 낯설더라구요.

그건 진짜 내 남편이 아니었어요. 맹세코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의 얼굴이었다고요. 더구나 그이가 발견된 곳도 어딘가 이상했어요.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나와 함께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들고, 미래를 계획하던 그이는 지금 어디 있는 걸까요?

소설가인 남자는 급작스런 그녀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리고 무언가 더 진행되어야 할 것 같은데, 좀 더 설명을 해 줘야 할 것 같은 상태에서 소설은 이미 마지막 장이었다.

소설 속 그녀(화자인 아내)가 남편에 대해 말하는 모든 것들, 남편이 소설가를 닮았다는 그런 것들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 걸까?

남자(작가)는 아내인 미양에게 무슨 말을 하고픈 걸까? 미양은 어째서 그 곳에 있는 거지?

남자를 목격했다던 그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누구를 본 것일까? 남자는... 누구인 거지?

아, 여전히 모르겠다. 짧은 페이지 속 담긴 내용은 너무도 커서 내 속에 담기지가 않는다.

다시 읽으면서 남자를, 여자를, 미양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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