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 혼자 있는 시간의 그림 읽기
이동섭 지음 / 홍익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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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과 관련된 책을 자주 읽은 듯 하다.

그리고 이 책,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 역시 제목에 '그림'이 들어가 있어 어떤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더랬다. 그런데 왠걸... 이 책은 기존에 읽었던 다른 책들처럼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책이 아니었다.

작가는 미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비춰 보면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위로하고 그렇게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마음을 느낀다.

그렇게 책 속에는 작가가 전해주는 위로와 힘이 되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위로가 되어 준 그림도 소개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문장들이 마음에 남았다.

마음이 놀랐을 때에도 진통제를 먹으면 고통이 덜어진다라는 말은 처음 알게 되었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마음을 다친 이들을 몸을 다친 사람처럼 가볍게 보지 말고 돌봐야 한다는 부분도 크게 공감되었다.

아스파라거스와 관련된 마네와 친구의 일화에도 가슴이 따뜻하게 데워졌다. 그림이 마음에 든다며 원래 약속한 돈보다 그림값을 더 쳐 준 친구의 마음도, 고맙다며 아스파라거스 한 개가 놓인 그림을 더 그려 친구에게 보낸 마네의 마음도 훈훈했다.

어쩌면 나중에 마네의 아스파라거스 그림을 어딘가에서 보게 된다면, 이 일화를 떠올리며 나도 모르게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되지 않을까.

- p. 96

사막의 아름다움은 모래언덕과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기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사막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가 사막을 아름답게 만든 것이다.

어른이 어른다울 수 있는 것은 분명 그 안에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다. 모든 어른도, 아주 오랫동안 아이였다.

나이를 먹고 '어른'이라고 불릴 만한 나이가 되면서 삶에 대한 걱정이나 긴장감은 더 커진 듯하다. 뭔가 여유있는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지금도 나는 나이만 먹고 겉만 늙어버린 느낌이다.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사람과의 관계가 어렵고, 무슨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마다 큰 고민과 더 큰 걱정에 휩싸인다.

그래서였을까, "모든 어른도, 아주 오랫동안 아이였다"라는 구절이 가슴에 깊이 박혔다.

- p. 128

나는 '저 사람이 나를 책임져 줄 사람인가?'만 생각했는데, 그를 알게 된 후에는 내가 저 사람의 비빌 언덕이 되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자연스럽게 결혼이 이뤄졌다.

책 속에는 "식상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어주는 말"이라고 작가가 전해주는 '많이 들어본 듯 하지만 큰 공감이 가는' 문장들이 나온다.

정말로 의외로 위로가 되어 주었지만, 여러 문장 중에서 위 문장을 굳이 이 곳에 적은 것은 내 옆에 늘 있어주는 남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도 그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주고 싶다고 자연스레 마음이 들었다.

결혼에 대한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내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아, 만두 맛있니?"ㅋㅋㅋㅋ

그림 뒤의 일화도, 그림 자체에 대한 상상도,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우르며 일상에 대한 지혜와 위로를 건네오는 작가의 문장 모두 좋았다.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여지는 그런 새벽에 작가의 문장 하나 혹은 그림 한 점 뒤적여보며 조급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자. 그리고 오롯이 혼자가 된 그 시간을 여유롭게 즐거이 즐겨보자.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스르륵 잠이 들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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