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자들 - 장강명 연작소설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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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 《산 자들》에서 작가는 한국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직면한 평범한 사람들은 살아내기 위해서 언제나 고단하다.

그래서일까,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감정은, 참 세상 살기 힘들다... 라는 마음이었다.

책 속의 인물들은 다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여러 문제들에 직면해서 갈 곳, 설 곳을 잃어간다. 마치 아주 커다란 존재의 손바닥 안에서 우리끼리 부대끼고 넘어지면서 옆의 사람까지 붙잡고 함께 바닥을 구르는 형상같았다.

작가는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의 3부로 나눈 10개의 이야기에서 여러 문제에 처한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알바생 자르기>에서는, 은영(최과장)이 회사의 알바생인 혜미와 관련한 일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진행된다. 전임자인 박 차장이 출산휴가를 가면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시채용된 알바생 혜미는 박 차장이 육아휴직 후 회사를 그만두면서 계속해서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평소 싹싹하지 못한 혜미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사장은 직원들도 혜미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자 말한다. "그 아가씨 그거 안 되겠네. 잘라!! 자르고 다른 사람 뽑아!!"라고.

한동안 혜미를 지켜보고 함께 일하는 방향으로 가려했던 은영은, 자신이 전임 박 차장의 업무 중 대부분을 하는 것에 비해 혜미가 별다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걸 문득 깨닫기도 하고, 혜미가 지하철 연착을 이유로 지각을 하고 다리저림을 이유로 오후에 한의원을 다녀오는 모습을 보고는 혜미를 해고하자는 사장의 말에 동의하고 일을 처리하기로 한다.

사장과 은영은 충분한 대화나 상대방에 대한 정보없이 알바생이라는 이유로 쉽게 자르고 쉽게 내칠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쉽게 무시하듯 봤던 상대가 퇴직금을 말하고, 해고통보서나 4대보험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강수를 들고 나오자 배신감을 느낀다. 그러면서 혜미가 합의금으로 500이나 1000 정도를 요구하지 않겠냐며 뒤통수를 맞았다며 분개한다. 그러나 혜미가 정작 요구한 돈은 150.

은영은 합의금을 받으러 온 혜미에게 묻는다. "이게 처음부터 다 계획 돼 있던 거니?"라고.

아무 말 없이 나간 혜미는 학자금 대출금과 인대수술로 쓴 퇴직금을 생각하며 회사를 나선다.

회사에서는 2년이 넘게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할까봐, 그리고 알바생이라고 함부로 쉽게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약자인 혜미는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했고 작지만 권리를 찾아갔다.

앗, 하지만 나는 알바생이라고 다 피해자 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소설에서 혜미는 안타까운 쪽이었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영악한 알바생도 많다고 들었다. 일부러 고용계약서 작성을 미루고 늦추면서 그걸 이유로 사장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현수동 빵집 삼국지>도 인상적이었다.

하은의 어머니는 P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중이었는데, 근처 대형 마트의 빵집이 없어지자 장사가 더 잘 될 거라고 좋아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지하철 역에서 가깝고 버스정류장 바로 앞의 자리에 B 프랜차이즈 빵집이 생겼다. 그리고 가게 맞은편에 또 빵집이 생겼다. 그렇게 하중동 사거리에서 구수동 사거리까지 100미터 길이의 거리에 빵집 세 곳이 경쟁을 벌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상대 가게의 빵에 대한 비방의 소리도 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 퇴직금으로 가게를 차린다고 들었다. 회사에서 퇴직을 했지만 집에서 쉬기에는 아직 인생의 많은 날들이 남아 있기에, 다시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수 밖에는 없다.

하지만 다른 일을 오랫동안 해 왔던 사람들이 쉽게 장사를 하면서 이익을 내고 성공하기는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가게들이 다시 폐업을 하게 되고, 그렇게 밑천이었던 퇴직금은 사라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가게는 망해도 프랜차이즈 본사는 큰 타격이 없는 듯 하다. 소설에서도 P 프랜차이즈나 B 프랜차이즈 본사는 할인정책이라든지 가게 내부 배치라든지 여러 방안을 내지만 정작 자신들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본사의 정책을 따를 수 밖에는 없다.

세 빵집의 흥망성쇠를 바라보며 괜히 안타까웠다. 어쩌면 현재는 회사를 다니는 우리지만 나이를 먹어 퇴직하게 되면 우리에게도 닥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이 외에도 구조조정이나 재건축 문제, 대학생들의 취업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아니 내 친척이나 내 이웃이 한번은 겪었을 일들이라서 많이 공감이 갔다.

지금까지 읽은 작가의 소설처럼, 이 책 역시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들이었다. 이렇게 먹고 살기 위해서 스펙을 쌓고, 가게의 불을 밝히고, 시위를 하며 그저 살 자리를 확보하려고 눈을 부릅뜨고 살고 있을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어떤 자그마한 바람조차 되지 못하지만, 그래도 오늘도 살아내고 있을 그 분들에게 마음 속으로 화이팅을 보낸다.

 


(p. 91)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도장 공장 옥상에 걸렸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그들은 '죽은 자'들이었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산 자'가 되었다.

(p. 129)

- 그렇게 손님 떨어져 나간다고. 그런 손님은 앞집 망해도 여기 안 온다고. 여기 맛없다고 찍힌자고.

- 뭐 어쩌라고? 일단 살아남아야 할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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