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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보라보라섬이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몇달 전이었다. 읽고 있던 스릴러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보라보라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데, 이름마저 예쁜 이 섬이 진짜로 있는 건가 싶어 검색을 해 보았고, 그 곳으로 여행을 떠난 우리나라 블로거들의 글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실제로 그 곳에서 살며 그 곳의 생활을 따뜻한 시선으로 전해주는 그녀의 문장을 만났다.
그녀는 평온하고 잔잔하고 아름다운 보라보라섬에서 살고 있다.
이름마저 익숙하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그 보라보라섬에서 그녀는 이제는 남편이 된 그와 함께 살고 있다.
상상조차 쉽지 않은 보라보라섬에서 그녀는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마음을 느꼈을까?
그녀의 문장은 참 따뜻했다. 또 그 곳에서 생활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평범한 내 모습들도 많이 보여 순간순간 웃음도 났다.
그 곳에서 만난 마음이 예쁜 사람들과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그 사람들만큼 마음이 너무 고운 남편과의 에피소드도, 그리고 처음에는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의심하고 머뭇거렸던 그녀의 행동들도 너무도 친근해서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슈퍼에서 만난 누군가는 그녀에게 섬 어딜가나 있는 망고를 돈 주고 사지 말라며 망고를 한가득 안겨준다.
수시로 자신이 직접 키운 바나나며 망고, 파파야를 가져다 주는 이웃집 포에 할머니도 있다.
물론 작고 아름다운 섬이라고 해서 그녀가 만난 모든 사람들이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굳이 그 에피소드를 적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어 삶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래, 모든 사람이 다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만, 나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세상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구나...
그녀가 사람들을 만나서 느낀 그 감정에 나도 수긍이 가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나 가족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은 공감이 되었다. 사실 나와 부모님과의 거리는 KTX로 2시간 정도 거리니, 그녀가 있는 보라보라섬과 부모님 등 가족이 있는 한국과의 거리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만큼 멀다. 그렇지만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애틋해진다는 문장이 너무 마음에 콕 박혔다. 생각해 보면 나도 부모님 옆에서 회사를 다닐 때보다 홀로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모님이 더 애틋하고 그리웠다. 동생에게도 의젓한 누나 행세를 하고 말이다.
갑작스러운 정전마저 나름의 낭만으로 승화시키는 여유롭고 평화로운(물론 조금은 불편하고, 깜깜하고, 모기떼의 잦은 습격도 받아야 하지만^^) 보라보라섬에서의 일상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나에게 그 곳에서 살래?, 라고 할 때 선뜻 그렇게 하겠다라고 말하긴 어렵겠지만(난 여전히 욕심을 부리고, 무언가를 붙잡고, 편리함과 약간의 시끄러움을 좋아하므로), 지상낙원 보라보라섬에서 평화롭고 소소한 재미를 즐기고 있을 그녀를 떠올리면, 그녀가 만난 따뜻한 마음을 여전히 간직한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리면 내 마음 한켠도 따뜻하게 데워질 것만 같다.
(물론, 지금 그녀 작가님은 한국에 있다고 합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