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으면 제일 먼저 너를 만나러 갈게 - Novel Engine POP
시오미 나쓰에 지음, 나나카와 그림, 김봄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날이 밝을 때 아름다운 아침놀을 함께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내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래. (p. 257)


아카네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고, 화도 내지 않고, 그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대하는 모범생이다. 그런 아카네가 어려워하는 사람은 같은 반의 세이지. 세이지는 잘 생긴 얼굴에 하얀 피부를 가졌고 그림도 잘 그려 학교 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세이지는 학생답지 않은 은발머리를 휘날리며 솔직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는 타입인데, 유독 아카네에게 차갑다.

아카네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4월에 세이지로부터 "네가 정말 싫어"라는 말을 듣고 충격으로 마스크를 쓰게 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마스크 안으로 꼭꼭 숨어버리게 된다. 마스크를 벗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구토 증상까지 나오는 이른바 '마스크 중독' 상태에까지 이르고 만 것이다.

그렇게 서로가 불편한 두 사람이었지만, 문화제에서 아카네가 우연히 세이지의 그림을 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달라진다. 세이지의 그림, 세이지가 그림을 그리고 대하는 모습 등 솔직하고 따뜻한 면의 세이지를 본 아카네는 점점 남에게 미움을 받을까 쉽게 내뱉지 못했던 생각이나 말도 조금씩 솔직하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세이지 앞에서이고, 여전히 마스크를 벗지는 못하는 상태지만.

하고 싶은 말을 솔직하게 마음껏 하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그렇게 자유롭게 살고 싶지만,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나 또한 학교 생활을 하면서도, 혹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혹시나 솔직하게 가감없이 말하면 상대방이 날 싫어하게 되지 않을까, 한 명이 싫어하다가 그렇게 전체가 다 날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책 속의 아카네는 다른 사람이 마음을 의식하는 정도가 좀 심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어렸을 때 큰 충격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꾹꾹 눌러 살아온 아카네에게 솔직하게 말을 다 해 버리는 세이지는 어쩌면 불편한 존재로 다가왔을 것이다. 거기다 세이지는 아카네에게 "네가 싫어"라는 말까지 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이지가 아카네에게 이렇게도 솔직한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이지는 아카네의 진짜 웃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숨은 인연은 책으로 확인하길... ^^

눈치 빠른 독자들은, 혹은 일본 라이트노벨에 자주 등장하는 '불치병' 소재를 아는 독자들은, 세이지가 한번씩 내뱉는 의미심장한 말을 보고는 뭔가 있구나를 알았을 것이다. 물론 예쁜 두 소년 소녀의 이야기를 계속 읽어가는 것에는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말이다.

세이지와 아카네 덕분에 파란 하늘을 오랜만에 쳐다보고, 바람도 느껴봤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상대방을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주는 이 예쁘고 소중한 소년과 소녀의 마음이 항상 서로의 곁에서 서로를 지켜주기를 조그만 목소리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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