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연인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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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10월 4일 밤, 현대미술관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케이티는 전시된 사진에서 팅커 그레이를 발견한다.

1930년대 말 뉴욕 지하철에서 몰래카메라로 찍은 인물사진들 속 팅커 그레이는, 면도도 하지 않고 해진 외투를 입었지만 눈빛만은 밝고 기민했고 입술에는 희미한 미소를 품고 있었다.

그리고 두번째로 발견한 그의 사진은 말끔한 옷차림이지만 세상에 싫증 난 것 같은 분위기도 풍긴다.

케이트는 그의 사진을 본 후 1937년의 마지막 날, 그를 처음 만난 날로 돌아가 그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1937년의 마지막 날, 케이트는 룸메이트 이브와 싸구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눈이 번쩍 뜨일 미남이 술집에 들어왔고, 케이트와 이브는 동시에 그에게 반한다. 그 후에도 셋은 술을 마시거나 영화를 보거나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고, 그러던 어느 날 셋이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팅커와 케이트는 작은 부상만 입었지만 조수석에 앉았던 이브는 유리창 밖으로 튕겨 나가 중상을 입게 되고 아름다운 얼굴에는 커다란 흉터가 생긴다.

그리고 운전을 했던 팅커는 그녀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꼈고, 퇴원을 앞둔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보살핀다.

팅커를 좋아했지만 이브의 마음, 팅커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케이트는 잠시 그들과 떨어진 시간을 갖는다.

1938년은 굉장한 색채와 특징을 지닌 네 사람이 내 삶을 기분 좋게 지배한 해였다. (p. 507)

케이트에게 1938년은 참으로 다사다난한,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해였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한 남자를 만났지만, 자신이 가장 친했던 친구와 그 남자가 얽혀 버렸고 그렇게 그들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닥친다.

아픈 사랑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법률사무소의 속기사로 일하던 케이트는 기지를 발휘하여 창간을 준비하는 잡지사의 보조 사무원으로 들어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의 역량을 발휘하고자 노력한다.

또한 원래부터 책을 좋아하고 똑똑하고 생각이 깊었던 그녀의 주변에 매력적인 다른 남자들도 모여든다.

1938년 한 해에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났다는 것이 놀랍고 드라마틱했다.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1930년대 뉴욕 상류사회의 화려한 모습 속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일을 해 나가는 케이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살아야 했던 팅커도, 자신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큰 결심을 한 월러스도, 자유롭고 예상할 수 없던 이브도, 그녀와 한때 사귀었던 디키도, 치열한 젊은 시절을 보낸 그들은 모두 아름답고 찬란한 청춘들이었다.

그리고1930년대 케이트의 20대 모습과 찬란한 그들을 보며, 2000년대 나의 20대는 어땠는지 떠올려 보기도 했다. 난 참 재미없게 살았는데... ^^

그들을 바라보는 동안, 영화를 보는 듯 마음이 홀렸다. 작가의 소설인 '모스크바 신사'를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문장에 열광했는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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