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피난소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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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표지에는 네 사람이 등장한다. 아기까지 포함하면 다섯 사람이다. 그들은 결연한 표정 또는 미소지으며 서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이들과 관련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지진과 해일이 발생하고 가족을 잃거나 집이 없어져버린 등 갈 곳 없는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난소로 모인다.

여기 네 사람이 있다. 경제력 없이 큰 소리만 치는 남편과 사느라 고생하고 있는 쓰바키하라 후쿠코가 있고, 길을 가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볼 정도의 미모를 가졌지만 이번 해일로 남편과 시어머니를 잃고 거들먹거리는 시아버지와 뭔가 음침한 시아주버니와 피난소에 와 있는 우루시야마 도오노가 있다.

후쿠코에 의해 구조되어 엄마를 찾는 속 깊은 초등학교 5학년생 마사야가 있고, 함께 가게를 운영하던 어머니를 해일로 잃고 아들을 찾기 위해 움직이다 피난소에서 마사야를 만난 마사야의 엄마 야마노 나기사가 있다.

책은 이들이 시선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한 순간부터 피난소 생활, 그리고 그 후의 생활까지를 보여준다.

이들이 살아서 다행이다라는 당연한 안도도 잠시, 피난소에서 겪게 되는 일들과 가족이라고 있는 이들의 불편한 행동들 때문에 여러 생각에 빠지게 된다.

거기다 피난소에서 생활하는 것이 여자들에게 녹록치 않다. 아니, 어쩌면 씻고 자는 것, 배변활동까지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불편할 수 있는 피난소 생활에서 누군가는 '단합'이나 '연대'를 이야기하며 조금이나마 편하게 개선될 수 있는 기회마저 말도 못 꺼내게 만든다.

정부에서 지원된 서로의 개인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골판지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막고,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성폭행에 대하여도 "남자들도 속이 답답할 테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자들이 눈감아 달라"는 식으로 말을 한다. 피난소에 지급되는 물품 중에 피임약이 있다는 것도 사실 놀라웠다.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지만 그것조차도 세대주에게로 지급되고 여성인 피해자는 직접적인 보상금을 만질 수조차 없었다.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이나 저널리스트의 해설에서는, 책 속의 일이 단순히 소설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면서 실제 사례로 이런 일들이 빈번히 있었다라고 한다. 일본에서 발간된 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는만큼 현재에는 어떻게 개선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과 몇년전인 동일본 지진 당시 피해자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하니 조금 씁쓸하다.

말 그대로 '여자가 설 곳 없는 사회'였다.

가키야 미우 작가님은 꼭 있을 법한 내용의 소설로 현재의 사회, 특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달해 준다. 그 모습에서 그저 넘기고 말았던 사회의 모순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님의 소설에서 특히나 좋은 점은, 그런 모순이 넘쳐나는 사회에서라도 소설 속 여성들은 포기하거나 체념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그 안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고, 그 미래를 향해 확실하게 한발짝씩 걸음을 내딛는다. 그런 모습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는 희망이 보인다. 아름답고 힘찬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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