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영
아슬 지음 / 애플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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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영을 못한다. 어렸을 때 수영을 배우지 못했고, 직장을 다니면서 새벽 수영에 도전했지만 한달도 되지 않아 비염 핑계를 대며 포기했다. 당시에는 휴양 여행에도 관심이 없던 터라 수영이 굳이 필요하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신랑과 함께 하는 여행에는 희한하게도 늘 바다가 있었고,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에서든, 바다에서든 신랑은 튜브에 탄 나를 물 깊숙한 곳으로 데려다 주고, 내가 탄 튜브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가면 나를 끌어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왔다. 그렇다. 나에게 맞춰 주느라 신랑은 충분히 물놀이를 즐기지 못했고, 수영을 배워야하나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러 해 동안 고민만 거듭하고 있던 나에게, 수영 예찬을 펼치며 수영을 부추기는 에세이가 나타났다.

그녀는 문장 곳곳에서 수영에 대한 예찬을 펼쳤고, 수영으로 인해 주변 삶에서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밀어낼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나는 매일 헤엄치며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서 수영을 한다. 그러면서 오늘 내가 저지른 한심한 일들을 물에 흘려보낸다. 신기하게도 수영을 하는 50여 분 동안에 그런 안 좋은 기분들이 수영장 물에 씻겨 떠내려가는 경험을 한다.

누구라도 처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처음이기에 두렵고 또 처음이기에 설레는 것이다. 어차피 두 감정이 공존해야 한다면, 나는 긍정적인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는 걸 선택하겠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P. 24)

작가는 매일 수영을 하면서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어낸다. 열심히 수영을 하다보면 그녀가 겪은 그 날의 힘든 일들이 마치 하찮았던 고민처럼 물 밖으로 흘러간다.

작가가 경험한 수영장에서 만난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나 역시 비록 한달의 짧은 수영 경험이지만 작가처럼 어떤 아주머니의 드라이기 사용법을 보고 심하게 놀랐던 일이 있었다. 그 후에 그 드라이기를 쓰는 것이 조금 찝찝해서 머리를 자연바람에 말리기 시작했다는...ㅋㅋㅋ

수영장에서 만난 띠동갑 아저씨 친구를 통해 편견없이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도 공감이 갔다. 어느 시기의 나이가 되면 왜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나의 개인사를 스스럼없이 캐내려고 하는지 의아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조금 어려워서 운동을 다니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교류를 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만나게 된 사람들이 그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런 만남은 기쁘고 행복할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이 느낀 수영의 장단점을 여러 에피소드로 풀어내면서 우리들에게 "어때? 수영 재미있겠지? 해 보고 싶지?"라며 마구마구 수영에 대한 관심을 부추긴다.

그래서일까, 책의 뒷부분에는 수영의 각 영법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놓았다.

귀여운 그림체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수영에 대한 흥미를 팍팍 일으키는 즐거운 책, 책을 읽다말고 신랑에게 "나, 수영 배워볼까?"라고 말을 해버렸다.

아직까진 말만 한 상태인데, 내가 수영 레슨 등록을 한다면 전적으로 그것은 이 책 덕분이다. 아니 이 책 탓이려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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