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씽 인 더 워터
캐서린 스테드먼 지음, 전행선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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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1)

무덤을 파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렇다면 더는 궁금해할 필요 없다.

엄청나게 오래 걸리니까.

얼마를 예측하든, 그 시간의 두 배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첫 문단부터 강력하게 시선을 끄는 책을 만났다.

남편의 시신을 묻기 위해 열심히 땅을 파는 여자, 여자의 시선에서 계속되는 문장을 보면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그녀는 죽은 지 세 시간 반밖에 안 된 남편을 묻기 위해 땅을 파고 있는 걸까?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여자는 과거 3개월 전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에린 로크와 마크 로버츠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결혼을 약속했다. 마크가 회사에서 해고되는 등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둘은 결혼했고 타히티의 보라보라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환상적인 보라보라섬에서 꿈 같은 휴가를 즐기던 어느날 근처 무인도로 다이빙을 즐기러 갔다가 오는 길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가방 하나를 발견한다.

제목 그대로 something in the water 였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발견한 그 가방 안에는 거액의 달러와 수백개의 다이아몬드, 권총, USB가 들어 있었다. 그 돈과 물건들을 자신들이 갖기로 하면서 그들의 삶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임팩트있는 문장으로 처음부터 시선을 확 사로잡았지만, 사실 과거의 이야기에서 첫 문장의 시점으로 돌아오기까지 모든 과정과 내용이 임팩트했던 것은 아니었다. 에린과 마크의 각자의 이야기나 위험을 무릅쓰고 약간은 무모한 선택들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조금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런데 점점 첫 문장의 날짜로 이야기가 다가가면서 긴장감과 재미가 다시 되살아났다.

에린이 무모하게 가방의 주인에게 접근하려는 모습(물론 그녀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많인 생각을 했지만...), 범죄자인 에디에게 너무 많이 의지하고 기대는 모습, 에린 옆을 맴도는 수상한 움직임 등도 긴장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길래 마크는 싸늘한 시신으로 남겨졌을까? 그녀는 왜 그를 묻기 위해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걸까?

아, 그리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가방의 주인들이 그렇게 무서운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그만한 재물을 아무렇지 않게 취급할 사람(혹은 그룹)이면 좀 더 강하고 잔인한 여러 방법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어쩌면 오히려 평범했던 사람이 욕심으로 인해 어떻게 악한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지,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후자의 의도는 적중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보통의 평범했던 사람이 무언가에 홀려서 그간의 믿음과 신뢰를 버리고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으로 변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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