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하드커버 에디션)
존 그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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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헤이즐.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동안 헤이즐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데도 항상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 물론 우리는 누구나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죽음은 훨씬 더 가까이 있다.

열여섯 살의 헤이즐은 암환자이다. 어린 암환자들의 서포트 그룹에서 어느 날 잘생긴 소년 어거스터스를 만난다.

암을 겪고 있는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반하게 되고, 그들은 함께 책을 읽고 함께 게임을 하고 함께 이야기를 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보통의 십대들처럼 서로 좋아한다. 그렇게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반짝반짝거린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보통의 십대들과는 다르게 '죽음'이라는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불청객이 자리한다.

그리고 아직 책의 내용이 한참 남았고,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모습이 너무 좋지만, 책의 뒷부분에서 그들의 사랑이 영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에게는 죽음이라는 부정적 기운이 늘 곁에 따라다니고, 갑작스레 몸이 나빠지면 너무 괴롭고 힘들어 그 질병에 굴복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살기 위한 조치로 여러 차례 바늘에 찔리고 약물을 투여받고 그렇게 버티고 버텨 간신히 잠시나마 죽음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그런 생활은 반복된다 .

난 널 사랑하고, 진심을 말하는 그 간단한 기쁨을 거부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난 널 사랑해. 사랑이라는 게 그저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거나 다름없다는 것도 알고, 결국에는 잊히는 게 당연한 일이라는 것도 알고, 우리 모두 파멸을 맞이하게 될 거고 모든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는 날이 오게 될 거라는 것도 알아.

태양이 우리가 발 딛고 산 유일한 지구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것도 알고.

그래도 어쨌든 너를 사랑해. (p. 163)

책 속에는 헤이즐이 가장 좋아하는 책 <장엄한 고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피터 반 호텐이라는 작가가 쓴 유일한 책 <장엄한 고뇌>를 가장 좋아하는 헤이즐은 그 책을 백만 번도 넘게 읽었다. 그리고 그 책이 어떤 결론을 내리지 않고 갑자기 '그런'이라는 문장 중간에 끝나버린 것에 대하여 계속하여 생각한다.

책 속의 주인공 안나 역시 혈액암에 걸리고 암과 싸우기 위해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암을 이기기 위한 치료를 계속한다. 책의 마지막도 안나가 새로운 치료를 시작하려고 할 때 그냥 끝나버린다.

헤이즐은 이 책의 뒷 이야기를 알고 싶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연락이 닿지 못한다.

그러던 중 어거스터스가 작가의 비서를 찾아 편지를 보냈고, 헤이즐 역시 비서를 통해 작가에게 편지를 보내게 되면서 작가와의 인연이 이어진다.

죽음에 직면해 있지만 그저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세상을 탓하며 지내지 않는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그들은 결국 피터 반 호텐을 만나기 위해 네덜란드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그냥 마냥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위험할 수도 있었으나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것을 하기 위해 네덜란드로 가서 피터를 만나고 그들의 마음도 더 확실히 확인한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을 때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떼어 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을 앞두고 남은 생을 얼만큼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지도 대하여도 다시금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엔 슬프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동안 반짝이던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짧은 생을 보내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청춘들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짧았지만 서로 사랑했고 상대의 아픔을 잘 안아주었던 어린 연인들의 모습을.

- 안녕, 헤이즐...

- 좋아, 어거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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