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여행 중 - 떠남을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매일매일 두근두근
가쿠타 미츠요 지음, 박귀영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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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로 유명한 소설가 가쿠타 미츠요의 여행 에세이 <언제나 여행 중>을 읽었다.

그녀가 20대, 30대에 다녀온 여행의 이야기는 그녀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에게 새롭고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녀가 20대에 겪었던 여행에는 내가 한번쯤 꿈꿨었던 젊음, 맹랑함, 그리고 세상을 믿는 순수함이 있었다. 그렇게 30대의 여행에는 조금씩 변화하는 작가만의 스타일이 묻어났다.

일명 '가난뱅이 백패커' 스타일로 여행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예전의 나를 보는 듯 했고, 그러다 오로지 휴양을 즐겨 보겠다며 그리스의 리조트로 떠났지만 하필 시즌오프 기간이라 강제 휴양을 즐기다 결국 지루함에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일을 보면서는 휴양지 리조트에서 지루해하던 신랑의 뾰루뚱한 얼굴이 떠올랐고, 핀란드에서 러시아로 이동할 때 국경을 건너면서 겪은 이야기에서는 마치 내가 거만한 러시아 승무원을 대면한 것처럼 긴장했고,

말레에시아의 랑카위에서 겪은 낚시를 하러 가기 위해 현지 친구들과 아침부터 만나 여러 경험을 하며 그토록 길고 멋진 하루를 보내는 걸 보면서는 나도 저런 여행의 하루를 보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물 때문에 영영 못 돌아올 뻔했던 아찔한 발리 여행도, 일본인 여성에게 취향저격당해 그 여성을 쫓아 일본까지 와서 작가에게 연락했던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성 에피소드 등 대부분 특이했고, 작가가 여행을 풀어내는 문장들은 역시나 다르구나를 느꼈다.

타이완에서 느낀 친절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특히 더 공감되었는데, 나 역시 타이페이 여행에서 "이 사람들이 왜 나에게..."라는 의심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친절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타이페이 사람들의 친절함은 나 이후에 여행을 다녀온 지인들의 이야기에서도 쏙쏙 등장했다.)

아, 그리고 작가는 한국을 방문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는데, 평소에도 매운맛을 즐기는 작가가 명동의 어느 식당에서 맛본 '진짜' 매운맛과 한국인의 뜨거움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사실 그 '뜨거움'에 대한 에피소드는 긍정적으로 보이는 내용은 아니라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ㅋㅋ

엄청나게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 여러 일들을 경험한 작가가 무척 부럽다. 사실 직장인들에게 장기 여행은 꿈 같은 쉽지 않은 일이라 어느 정도는 뻔한 여행을 할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여러 나라를 다니며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은 작가의 글을 보니, 여행의 기억을 문장으로 남기는 것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은 끝나면 사라져버린다. 사진은 남아 있지만, 사진에는 그 때 내가 느낀 감정까지는 담기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만의 문장으로 여행의 추억을 남긴다면 그 때의 그 여행이 오랫동안 오롯이 기억에 머물 것 같다.

그럼 나도 도전~^^

여행은 끝나면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가버린다.

그때 본 것은 영원히 사라져버린다.

여행에서 본 것, 마주친 것, 접한 것을 나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다.

글을 쓰면 그나마 다시 한 번 상상 속 여행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글을 쓰면 상상으로조차 두 번 다시 할 수 없는 여행을 분명히 다시금 할 수 있다.

- 작가의 프롤로그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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