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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ㅣ 케이스릴러
김지연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9년 4월
평점 :
책의 시작은 이렇다.
어느 밤, 산에서 시작된 산불은 인접한 주택에 옮겨 붙었고, 그 불로 인해 그 집에 있던 할머니 이수자와 손자 한민호가 사망하였고, 손녀 한민주만 가까스로 빠져나와 병원으로 호송되었다.
그리고 다음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들의 사정, 화재의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한민주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부탁으로 룸메이트인 강현미와 함께 시골에 홀로 지내는 할머니에게 들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함께 사는 집의 재계약을 앞두고 민주는 시골의 할머니댁에 가서 살기로 했다며 현미와의 동거를 끝내기로 한다. 그러던 중 민주는 갑자기 집의 보증금을 빼내 사라져버리고, 현미는 민주의 흔적을 찾기 위해 예전에 함께 갔던 민주의 할머니댁으로 찾아간다. 할머니는 민주가 오지 않았고 어디 있는지 모른다라고 하였으나, 다시 들른 현미에게 민주의 이름을 부르고, 현미는 할머니의 치매 증상을 이용해 민주인 척하고 집에 잠시 머무르기로 한다.
화재사고에서 혼자 살아남은 민주를 찾아온 고등학교 친구 지숙의 시선, 민주의 부모님이 민주에게 할머니댁에 가보라고 한 사정과 갑작스레 사망한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 진실을 알게 된 민주의 시선, 그리고 민주가 갑작스레 사라진 후 할머니댁에서 민주 행세를 하는 현미의 시선 등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가 아는 동화 '빨간 모자 소녀' 속에서 늑대는 할머니인 척 하며 소녀를 기다린다. 소설에서 역시 누군가가 민주의 할머니인 척을 하고, 진짜 할머니는 이미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이야기 초반에 밝혀진다.
소설 속에는 선의보다는 악의나 그릇된 생각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동화에서는 할머니를 잡아먹은 늑대만이 나쁜 놈으로 표현되었지만, 소설에서는 자신의 불행을 없애기 위해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속이고, 그런 것들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을 읽어가는 우리는 저 할머니가 누구이고, 무슨 이유로 이런 일들을 꾸미는지 알 수가 없어 긴장하며 계속 책장을 넘긴다. 거기다 선의가 아닌 마음으로 할머니의 옆에 있는 현미로 인해 긴장은 더욱 커진다.
다만, 소개글을 읽었을 때는 평범한 사람에게 나타난 늑대할머니일 것이라고 상상했다. 그래서 더욱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 늑대할머니는 평범하지 않은 비밀을 가진 가족들에게 나타난 늑대할머니였고, 그래서 어느 정도 비극이 예견되었다고 보여진다.
다시 한 번 K스릴러의 힘을 본 것 같다. 동화에서 가져온 독특한 설정을 이렇게 가족의 이야기(어느 정도 비밀을 가진)로 버무려 낸 것도 재미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