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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독배 -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가즈미님 성녀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어느 지역의 전통 결혼식에서 신랑, 신랑의 아버지, 신부의 아버지 등 3명이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전통 혼례 중의 한 과정인 '술잔돌리기'는 신랑, 신부가 술을 마시고 이어서 신랑측 식구, 신부측 식구가 같은 잔으로 술을 마시는 방법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상하게도 술을 마신 모든 사람이 살해된 것이 아니라 마신 그 중 3명만 독으로 살해된 것이다.
마침 일 때문에 그 지역에 갔던 푸린은 지인의 권유로 위 결혼식을 구경하게 되었고 그녀의 눈 앞에서 사람들이 독을 먹고 쓰러진다.
파란 머리 탐정 우에오로 조의 제자였던 소년 탐정 야쓰호시 렌은 푸린을 따라 신칸센을 타고 오다가 어떤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어 독살이 일어난 결혼식엔 참석을 하지 못했으나, 사건 다음날 사건장소에서 범인을 찾기 위한 추리를 시작한다.
같은 술잔을 차례대로 돌려가며 술을 마셨지만 그 중 3명만 독살된 사건, 3명은 연속적으로 술을 마신 것도 아니었고 그들의 앞뒤로 술을 마신 사람들은 아무 문제도 없었다. 범인은 어떤 방법으로 이들을 살해한 걸까?
책은 위 살인사건에 관한 "혼례" 부분과 그 뒤의 "장례" 부분으로 나뉘는데, "혼례" 부분의 마지막 문장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범인이 자기 입으로 "내가 범인이오!"라고 말해버리는 것이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아니고 자기 마음속으로만... 하지만 독자들은 사건의 범인을 맞딱뜨린 후에도 책을 놓을 수 없다.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범인이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기적을 믿는 파란머리 탐정은 도대체 언제 나타나 속시원히 추리를 해 줄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장례" 부분에서 비로소 파란머리 탐정이 등장하여 혼례식 독살사건의 실체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의 신념(?)대로 사건이 기적인지 아닌지를 설명해 준다. 아, 두번째 단락의 이야기는 혼례식에서 사망한 3명 중 누군가의 장례가 아니다. 하지만 혼례식에서 사망한 누군가의 장례이기는 하다. 누구의 장례인지를 모르다가 책을 통해 알게 되면 더 황당하고 재미있을테니, 요건 말 안하련다.^^
사실 전작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접했는데, 각 캐릭터의 매력도 상당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도 재미있어 왜 전작을 읽지 않았을까 후회도 살짝 했다. 사실 전작을 읽지 않은 이유에는 제목에 대한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였다. 주인공이 기적을 믿는 탐정이라는데, 저 문장만으로는 도저히 의미 파악이 안 되는 거였다. 기적을 믿는 탐정이 벌이는 추리쇼라... 으음, 도저히 딱 이거다 싶은 생각이 안 들었었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고나니 그는 누구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저 문장도 온전히 이해가 되고 말이다. 그는 자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떠올려 그 가능성이 실현불가하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결국은 그 일이 '기적'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기적을 믿는 탐정'이었다.
그래서 그도, 그의 제자인 렌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하고 반증한다.
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여러 등장인물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범인을 지목하며 자신들만의 추리를 펼치는 모습이었다. 처음 혼례에서의 살인사건에 대해 신랑의 어머니, 여동생들, 사촌 등 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입장과 경험을 토대로 누가 범인인지에 대하여 추리를 하고, 장례에서도 등장인물들은 혼례식 살인의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하여 각자의 추리를 펼친다. 추리를 하고 나면 친절하게 정리도 해 준다.^^
등장인물들의 추리에 대하여 파란머리 탐정은 그 추리의 가능성을 하나씩 깨뜨리고, 또 다른 추리의 가능성도 하나씩 깨뜨린다.
그렇게 그렇게 모든 추리의 가능성을 깨뜨리고 탐정은 기적을 증명할 것인가?
아, 그런데 아까 범인이 "나 범인이오"라고 마음 속으로 혼잣말을 했는데.... 그럼 기적이 아닌데...? ㅎㅎㅎㅎㅎ
살인사건의 진실, 실체는?, 책을 통해 파악하는 걸로~~~^^
참, 파란머리 탐정의 기적을 찾는 여정은 계속될 것 같다.
다음엔 어떤 사건을 맞딱뜨려 기적의 가능성을 점쳐볼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