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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들이 참 좋았습니다 - 따뜻한 아랫목 같은 기억들
초록담쟁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예쁜 일러스트북을 만났습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그림은 아득하지만 따스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요.
저는 시골에 살지 않아서 일러스트 속의 추억들을 온전히 다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명절이나 방학 때 가곤 했던 시골 할머니의 집이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발견한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양 갈래 머리를 높이 묶은 볼 빨간 소녀가 사촌언니, 사촌동생들과 할머니 댁의 툇마루에 앉아 활짝 웃고 있었어요.
햇살은 너무 밝아 눈부셨고, 저도, 사촌들도, 어른들도 다 행복해 보였어요.
또 사촌언니와 방학마다 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 책을 읽고 우리들만의 이야기를 꽁냥꽁냥 나누던 일들도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참, 이제는 멀고 아득한 기억들이네요^^
작가는 양 갈래 머리를 땋은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아름다운 유년 시절을 보여주고 있어요.
비오는 날이면 툇마루에 앉아 가만히 비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일,
수줍은 첫사랑 그 아이에 대한 기억,
집을 차례대로 돌며 친구들을 불러내어 함께 곤충잡기, 소꿉놀이 등을 하던 기억,
이불을 뒤집어쓰고 방바닥에 배를 대고 누워 라디오를 들으며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기억,
엄마와 함께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눈을 기다리던 기억,
교회 행사를 마친 후에 집까지 나를 데려다주던 교회오빠에 대한 기억,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두근거리며 빨간 우체통에 넣던 기억,
소풍날 아침 맑은 날씨에 안도하고 엄마가 싸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밥을 먹던 기억 등 작가가 소환해 준 추억들은 작가님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저의 이야기, 어쩌면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분들의 추억의 한 페이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어쩌면, 요즘의 아이들은 많이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동네 친구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게 놀다가 밥 때가 되면 동생 손을 잡고 기가 막히게 집으로 들어갔어요.
고등학교 시절엔 심야 라디오를 들으며 방바닥에 엎드려서 노래를 녹음하거나 엽서나 편지지에 사연을 적는 게 취미였었죠. 헤헤헤.
봉숭아물을 들이던 추억도 잊을 수가 없죠.
첫눈이 올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말 때문에, 제발 눈이 내리기를 많이도 기도했어요.
아, 몇 번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물이 남아있었는데, 첫사랑은 이루어지진 않았습니다...ㅋㅋ
최근에 일러스트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아요.
정말 그림의 힘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따뜻한 일러스트와 문장을 보면 정말로 마음에 위안이 되곤 해요.
특히 이번 초록담쟁이님의 책은 따스한 그림체로 가슴 한 켠에 잠자고 있던 옛날 생각들을 떠올리게 해 주어 더 좋았습니다.
어린 시절의 따뜻한 기억들을 되살려준 예쁜 책, 그 때가 참 그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