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
문보영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이라니,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작가가 생각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무엇일까?

작가는 시인이다.
그리고 이 책은 작가가 쓴 일기를 모은 것이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문장에 평소의 작가 그 자체의 모습이 많이 투영된 것으로 보였다.

사실 처음 책의 띠지에 있는 작가의 문답을 봤을 때는, 그냥 한창인 젊은이의 괜히 어렵게 말을 꼬고 말장난을 하는 모양으로 보여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의 글을 천천히 곱씹어 읽을수록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트라우마와 불안장애 치료를 위해 정신과 상담을 받는데, 심리상담으로 예약하지 않아 첫 상담에 어쩔 수 없이 증상만으로 약을 조제받게 된다.
읏프게도 약국에서 약을 잘못 조제했고, 그 잘못 조제된 약이 그녀에게 잘 맞아 안정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잘못된 세상을 한 번 더 믿어보기로 한다.

또 그녀는 자신이 시를 쓰는 것에 대하여도 이야기를 한다.

"나는 생각했다.
설명하기 싫다고. 설명에 지쳤다고.
왜 슬픈지, 왜 죽고 싶은지 설명하느라 지쳐버렸다고.
어느 날 이상한 글을 썼는데, 그러니까 나는 개떡같이 말했는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 들었다.
그게 시구나 싶어서 시를 썼다.
개떡같이 말했기 때문에 찰떡같이 알아듣는 누군가 생겼구나, 믿으며.
그러면 앞으로 훌륭한 개떡이 되도록 애쓰자.
독자가 찰떡이기를 바라면서.
왜냐하면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해심이 아니라 이해력이기 때문에." (p. 121)

그녀는 친구인 인력거와 함께 심리상담을 받지만 상태는 더 악화된다.
심리상담사는 그녀들에게 상황에 대하여 더 많은 설명을 계속해서 요구한다.
그녀들은 삶에 성의를 갖기 어려워 심리상담을 받는 것인데 끊임없이 설명을 하라고 한다.
그 때 작가는 말한다.
왜 슬픈지, 왜 죽고 싶은지에 대하여 설명하는 게 지쳤다고...
그래서 어느 날 개떡같이 말했는데 누군가 찰떡같이 알아들었고, 그 방법이 시였다고 말이다.

그렇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서, 작가가 사람을 미워하는 가장 다정한 방식은 시를 쓰는 것이었다.
작가의 그 방식이 마음에 스며들었다.
결국 작가는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아닐까...
그렇기에 세상에 무언가를 설명하는 것이 어렵고 지치기도 했지만, 시를 쓰는 방식으로 세상에 자신나름의 설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시를 읽어야겠다.
그래서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을 보고 싶고,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또 한 명의 독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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