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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평점 :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보통 피의자에 대한 분노, 피해자 및 피해자의 가족에 대한 안타까움 등을 느낀다.
이 책은 그런 보통의 시선에서 벗어나, 피의자의 가족이 겪게 되는 일들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여기 강도살인사건 가해자의 동생인 '나오키'가 있다.
형 '츠요시'은 나오키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이유로 예전 이삿짐 나르는 일을 하며 알게 된 부유한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 절도를 목적으로 침입한다.
츠요시는 미리 피해자의 집에 전화를 해서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또 목적하던 돈도 찾아 그 집을 나오려는데 식탁 위에 놓인 텐진 군밤을 보고 그것을 동생 나오키가 좋아한다는 것을 떠올린다.
츠요시가 텐진 군밤을 챙기고 한 번도 앉아보지 못한 고급 소파에 앉아보는 사이, 방에서 자고 있던 노부인이 나와 츠요시를 보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츠요시는 신고를 막기 위해 몸싸움을 하다가 노부인을 죽이고 만다.
나오키는 형이 강도살인의 피의자로 수감되자 대학을 포기하고 취직을 하려 하지만, 범죄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디에서든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나오키는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된다.
공부를 포기했고, 추후 다시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지만 취직을 위해선 형을 숨겨야 했다.
음악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있었지만 포기해야 했고, 사랑하는 여자를 만났지만 역시 형으로 인해 헤어져야 했다.
나오키는 그런 형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츠요시는 하나뿐인 동생 나오키에게 늘 편지를 보낸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멍에 때문에 나오키는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p. 300 ---------
예정된 결말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포기하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다.
앞으로도 분명 또 이럴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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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나오키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일까, 츠요시의 편지 내용을 보며 츠요시가 너무 무사태평하게 지내는 것 같아 괜히 짜증이 났다.
사회에서 치열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나오키에 비해 교도소 안 츠요시는 오히려 편안해 보여서였다.
하지만 나오키가 안타깝지만, 그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또한 비난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안쓰러움만 더해갔다.
그런 가운데, 나오키가 다니는 회사 사장인 히라노 사장의 말은 인상적이었다.
어느 누구도 비난하기 어려운 이 안타까움을 해석해 주는 듯 했다.
p. 360 --------
차별은 당연한 거야.
(중략)
사람들은 대부분 범죄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시어 하네.
사소한 관계 때문에 이상한 일에 말려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따라서 범죄자나 범죄자에 가까운 사람을 배척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행윌세.
자기방어 본능이라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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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63 --------
사람에게도 관계라는 게 있네.
사랑이나 우정 같은 것 말일세.
누구도 그런 걸 함부로 끊어서는 안 되지.
그래서 살인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걸세.
그런 의미로 보면 자살 또한 나쁜 거지.
자살이란 자기 자신을 죽이는 거야.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죽기를 원한다 해도 주위 사람들까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는 할 수 없지.
자네 형은 말하자면, 자살을 한 셈이야.
사회적인 죽음을 선택한 거지.
하지만 그 일로 인해 남겨진 자네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 것인가는 생각하지 않았어.
자신이 벌을 받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닐세.
자네가 지금 겪고 있는 고난까지도 자네 형이 저지른 죄에 대한 형벌이란 말일세.
(중략)
자네가 형을 원망하건 어쩌건 그건 자네 자유지.
다만 남을 원망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일세.
좀 더 알기 쉽게 말하면, 자신이 죄를 지으면 가족도 고통을 받게 된다는 걸 모든 범죄자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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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키와 관련한 또다른 에피소드에도 잠깐 나오는 이야기인데, 가해자 혹은 가해자들의 가족은 피해자에게 사죄를 한다. 몇 번이고 사죄를 한다.
그 사죄의 마음을 이렇다저렇다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나오키가 말하듯 자기만족적인 마음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사죄했으니 괜찮아, 사죄했으니 용서해 주겠지..., 라는 마음 말이다.
약간 다른 듯 비슷한 이야기지만,
가해자가 종교의 귀의하고는 피해자의 가족에게 자신은 이미 용서받았다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또 피해자 혹은 피해자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는데도 몇 번이고 자신의 마음이 편해질 때까지 그들을 찾아가는 가해자 혹은 가해자 가족도 있다.
10년도 훨씬 지나 재발간되었지만, 예전에 읽은 그 감동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사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온 얼굴이 부르틀 정도로 울었던 것이 기억나서 이번에 읽을 때에도 마음을 단단히 먹었드랬다.
물론 이번에도 울었지만, 뭐랄까... 예전과는 조금 달랐다.
그 때는 나오키가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울기만 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읽으니, 나오키가 안타까운 마음은 마찬가지였지만 히라노 사장의 말이 가슴에 남아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감동, 재미는 물론이고, 사람의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물음도 던진다.
역시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