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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나방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자네,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봤나?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공연되고 있던 극장의 귀빈석... 총성이 울린다.
그리고 1969년 9월 뉴욕의 교도소에서 어린 소년을 다섯 발이나 쏴서 살해한 '오토 바우만'은 사형을 사흘 앞둔 날,
퓰리쳐상까지 수상했지만 현재는 절필한 기자 크리스틴을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그렇게 그를 찾아온 크리스틴에게 바우만은 믿기 어려운 사실을 말해준다.
그는 과거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었고, 그 곳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여동생의 시체도 확인했다.
그 곳에서 겨우 살아남은 그는 여러 언어에 능통하여 통역관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아디 헌터(Ady Hunter)'에 합류하게 된다. '아디 헌터'란 세상에는 죽었다고 공표되었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히틀러를 잡기 위한 팀이었다.
아니, 히틀러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고?
약간은 황당무계하지만, 절대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히틀러가 살아있었다는 음모에 대한 이야기부터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에 대한 이야기 등등 여러 음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상하게 이야기들의 구성과 이끌어가는 힘의 좋아서인지 그런 이야기들이 황당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새 '그럴지도 몰라...' 라며 납득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소설이라는 것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설득력 있는 개연성'을 매력적인 매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우리나라 작가님인데 배경이나 인물이 모두 외국이라고 해서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읽으면서 그런 걱정을 언제 했나 싶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다.
정말 손에 잡은 순간,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사상 최악의 악마를 쫓는 바우만의 이야기,
너무나도 즐겁고 흥미진진하고 심장 쫄깃한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p. 71
귀신나방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귀신나방에게는 신비한 습성이 있다. 귀신나방은 우기에 산란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변신을 한다.
날개를 덮고 있던 지저분한 갈색은 비단처럼 반짝이는 보랏빛으로 바뀌지.
최고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귀신나방은 산란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때 녀석의 괴이한 능력이 나타난다.
산란을 마친 귀신나방은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면 숲속을 분주하게 날아다니기 시작한다.
정말 굉장한 광경이야. 보랏빛 요정들이 추는 춤처럼 아름답지.
그렇게 무리 지어 날던 귀신나방은 천둥이 가까워오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나무에 내려앉는다.
그러면 그 나무에 놀랍게도 벼락이 치는 거야. 꽈르릉.
녀석들은 벼락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고 마지막 순간 죽음을 향해 비행한다.
그리고 우기가 끝나면 아침 햇살과 함께 부화한 유충들이 나타난다.
녀석들은 어미가 생을 마감했던 나뭇등걸로 모여든다. 그리고 그곳에 둥지를 틀지.
또다시 반복될 생애 가장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며.